어둠을 닦아 내고 깊게 박힌 뿌릴 캐자 줄기마다 돋은 가시 찔리면 찔린 대로

개밥그릇에 겨울이 수북이 쌓였다 문을 여니 개밥그릇에 들어가지 못한 겨울은 내게 몰려든다

폭설이 쌓인 강변 누군가 남긴 발자국 소망을 빌었던 듯 꼬옥꼬옥 패인자리

잡초가 고개를 든다. 용케도 견뎌온 찬바람 속 봄이 되려면 아직 멀었

대를 이어 물려받은강골의 심지인가 언 땅속 발 묻고도 눈도 깜짝 아니하네.

물이 될 수 없는 마음으론 누구의 가슴에도 안겨볼 수 없기에 응어리진 속 마음은 물길에 실어놓고 가벼워진 몸으로 날았다

청마(靑馬)의 해 힘찬 질주 생동감 넘쳐나고 영리하고 진취적 기상 평화로운 세상 열면 보람찬 하루하루가 영광의 길 되리라.

한해가 가네 문안인사 핑계하고 새벽부터 왈칵왈칵할아버지 방문 열어젖히고 해해거리는 어린 손녀의 동긋한 웃음인양 아침마다 불쑥 얼굴 내미는 해가앞산 봉우리 두엇 넘나드는 사이 둥글게둥글게 한해가 가

남의 집 살이 삼십 년 하고 텃밭 딸린 작은 집 하나 장만한 눈 오는 저녁,한 뼘 어깨 위에 휘어진 세월 짊어지고,어머니, 백 년 된 강둑 따라 집으로 오신

휘영청 손에 잡힐 듯 찾아온 달빛이 하얀 설원의 피아노 연주로 노을 선율을 가득히 채운다

겨울 아침 서리꽃 핀 길을가볍게 뛰어간다 나뭇가지에 피어있는 서리꽃은하얗게 박제 표본해 놓은초겨울의 모습이다

산들바람에 실려가을이 지나 간다눈물 글썽이며 아쉬운 듯가을이 지나가는저, 오솔길.

허공을 가르는 바람에 차갑게 명멸하는 별 빛 학성동 강변로에 흩어지는 빛바랜 은행잎에 내려선다 밤 깊도록 다독이지 못하는이별을 예견하는 빈 가슴나그네처럼 기웃대기 싫어어둠뿐인 정지뜰을 떠돌다

가슴에 타오르는 불 한 잔으로 적실까 머리에 오른 열 또, 한 잔으로 식힐까

텃밭머리에 수줍다고 배배꼬는 나무를 세시놀이 정월 대보름날 굵고 실한 돌멩이 골라 시집보냈다네요즘 젊은이들 시키지도 않은 연애만 하는데 한가위 지나 대추나무 밑에 가보면가지가 휘도록 투실투실 익어 가는 후손들을 볼 수 있다네

거울이 웃는다 터럭 하나 없이 맑다 엊저녁 부아가 남아 있는데 민머리 해 내밀기 전 매듭은 풀려 있다낯익은 웃음소리

여린 살 하나 안고 내 생(生)에 닿았구려 숙명의 베갯머리 마주하며 살아 온 아득한 은회색 추억 밀물지는 노래여

시간의 초침 소리로 더하기만 할 줄 아는 나이테를 온몸에 두르시고 세월의 통증을 밀어내며 날마다 맞이하는 아침이 올해로 고희이신 어머니뜨거운 햇살을 끌어안으며 석양을 등에 업고 흙냄새와 땀 냄새로세월의 층계마다 쌓인 주름살

지친 삶 헹궈 놓고 단아한 맵시내며 꽁쳐둔 지폐 한 장 속주머니 간직하고 마음에 꽃 풍선 단 듯 시장가는 엄마 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