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며 신랑 따라 시집 온지 어언 40여년 꿈을 안고 떠나 올 때 타고 온 중앙선 밤 하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낮부터 으르렁대던 하늘이 밤새 여지없더니 화난 도깨비불인 양 전봇대로, 옥상위로 겅중거리며저지레를 치고도 모자라

눈 내린 아침 백로들이 배설한 엄청난 양의 똥 밤새도록 쌓인 똥의 향 그 향기 비료삼아 오곡 가꾸던 치악산 학곡리 내가 태어난 곳

목단 붉은 꽃잎 한 잎 두 잎 열며 어스름 새벽하늘 한 켠 젖히고 해가 뜨는 치악산 해는 상원사 범종을 울리고 남대봉 소나무에 걸터앉았네.

말갛게 씻은 하늘 붉은 밭에 내려 앉아 들새를 불러놓고 풍년가를 읊어가며 솔솔 한 바람을 타며 가을맞이 하렸다

해가 뜬다. 이웃 마음 헤아려온 눈 밝음만큼 환하게 가난한 손 잡아주던 그 온기만큼 뜨겁게 살아온 삶의 무게만한 중량의아침 해가 뜬다.

먼 산 눈길가는 계절이 오면잊지 않고 찾아와 가슴 저미는 소리 또 다시 도지는 상사병에 안절부절 할 수록 먼 유년의 골짜기에 자꾸만 홀로 서 있네

치악골 맑은 물속 맨발을 마주 넣고 솔향기 가득 배인 옛추억 한 접시에 어릴적 학창시절이 도랑물로 흘러간다

서이천 산업도로 높다란 방음벽 담쟁이덩굴이 넘고 있다. 맵찬 겨울바람을 기어오르고 있다. 꼭 만나야하는 약속처럼 마디마디 그물을 짜며 벽면에 붙어 오른다

초가을 벌레 울움도 들어보지 못한채 밤이 낮인지,낮이 밤인지 그렇게 보내다 퇴근길 문득 눈에 띈아파트 담벼락 귀퉁이 낙엽은 어느새 저렇게 쌓였을까

조석으로 희망을 받은 동네 빠지면 허우적이는 바다가 있어 깊은 꿈이 있었는가? 풍경만으로도 삶의 고난을 치유할 수 있었던 정동진 사람들 비밀스런 수평선에 몸을 맡긴 아름다운 삶그래도 생의 습관처럼 늘 가슴에 한을 담는다

2009년도 늦가을 강림 가는 길 서울에서 내려온 시인들과 함께 태종대에 머물면서 오지 않는 시의 스승 기다리다가 움막에서 일박 하였네

치악재 넘어 남쪽 산자락 운무에 젖은 신림(神林). 아름드리 노송 끝으로 세월이 묻어나고 남대봉 계곡물은 상원사를 휘돌아 마을을 가른

구룡소 맑은 물에 씻은 티끌 하나 없는 해막은 얼굴 마음을 사로잡는다. 환한 미소와 눈망울 박박 밀어 윤이 나는 동글고 예쁜 밤톨 머리 볼수록 내 마음마저 맑아지는 어두운 그림자 하나 없는 아이

수정 같은 물결은 굽이굽이 은구슬을 초로롱 초로롱 굴려가며 해맑은 자연의 숨결을 졸 졸 졸 노래하며 흐르고 세월 먹은 계절은 고운 빛 아련한데 타는 듯 붉고 노오란 가을의 영혼들은 맑은 물 굽이굽이에 꽃잎 배를 저어가네

소롯길에 다녀 왔습니다. 하늘은 눈물이 날 만큼 파랗게 보였고요. 나무들은 그 새 옷을 모두 벗어 던졌습니다. 들판은 누렇게 누더기를 걸치고 불어오는 바람에 너울너울 춤추고 있습니다.사이사이에 억새풀도 보이는군요.

백 년 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용소막 성당에, 백 년 지난 가을이 찾아 왔으니, 그 가을 벗어 놓은 옷 무게가 백 년 된 마당에 가득하구나. 그니 어렸을 적부터 거닐던 마당 한켠엔 소망을 가득 담은 기도하는 소녀. 그 소녀 이제 백 살이 넘었을 터,

치악산 기슭 아래 소나무 심어 놓고 금대리 물소리에새싹을 키우며 한여름 사루비아처럼 붉게 타오르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