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눈빛은 아름다움보다는 순박함입니다. 당신들의 손은 섬섬옥수와는 거리가 먼 투박하고 거친한 자루의 호미입니다.

쌍다리 복개천에 여덟 살짜리 아이가 서있다 폭포수처럼 넘치던 물을 두려워하던 나를 품에 안고

산과 들에 아름다운 꽃 봉우리 피어나고 산새 들새 목청 높여 새 봄을 노래하니 연초록 잎 새 들이 바람따라 춤을 추네.

큰 애기 속살이 저리도 눈부셨을까 손전등보다도 더 밝은 빛 터지는 꽃잎들을 훔쳐보다 눈을 감는다 생애가 그려지는 저들의 반란, 유혹달큰한 꽃무리 춤이 몇 날 며칠이나 갈꼬.

치악재 정류장에 아는 여인 하나 햇살에 눈 찌푸리고 번호판을 유심히 바라본다 버스는 떠나는데 누구를 기다리나 시큰해진 기억에 눈을 돌리면 평생 차라고는 가져본 일 없는 노인네들 농사일, 자식일 이빨 빠진 입으로 궁시렁대며 사탕을 빨고 있다. 달콤한 날

다 늦은 저녁 때 학교 앞 노란 꼬마 별꽃들이 닥지닥지 매달려 있다.

봄비가 왔으면 좋겠다 겨울 가뭄으로 개울 바닥에 송사리 먹을 물도 없다 농부들 마음도 말라가고 있다 봄비 오는 날에는 우산도 없이근린공원 오솔길을 걷고 싶다

천야만야 벼랑길을 단숨에 내리 뛰나 바위절벽 청솔 나무 두려워서 발발 떨고 화백은 수묵화 치다 붓대마저 놓치겠다. 아스라한 묘한 절경 허공 속을 뒤 흔드네물소리 산새소리 화음으로 메아리쳐나그네 제멋에 겨워단봇짐도 풀겠구나.

왁자지껄 건네는 손 셈 흥정을 눈치챘나 희번덕 왕방울 눈 새끼 얼굴 핥아대며 잘가라 숨기는 눈물 가뿐 숨을 토해낸

치악산 가슴 깊이 살고 있는 상원사 그 은혜 목숨 걸고 믿음 안고 살고 있다 삶 죽음 끝과 시작이 맴을 돌 듯 원을 그려

차가운 안개가 살갗을 파고든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말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데 차가운 안개가 어름송곳처럼 뼛속을 파고든

갑년(甲年)을 넘어 이제 철이 들만도 한데 제발 반찬투정일랑 그만 하시게 그대 가슴에 울혈로 맺혔던 미움들 다 털어버리고 바다 같은 너그러운 품 마련하시게나 그 깊고 넓은 품속에 못나고 미운사람, 한 아름 안기어 올걸세 산새도 지저귀고 고라니, 산토끼

맛있고 예쁜 치악산 복숭아 유심히 들여다본다 분홍빛, 새하얀 뽀얗게 핀 뽀송뽀송한 솜털 겉껍질 벗으면 물기 젖은 속살

작은 풀꽃 피고 지고 맹꽁이 아직 우는데 저 하늘 텃밭에도 문학 꽃씨 뿌렸을까?그 옛집 産室엔임의 숨결 파랑일고.

해가 뜬다, 치악산 위로 어제 지나간 그 해, 오늘 아침에는 새 해로 뜬

이 세상 태어나던 날 나보다 먼저 와 있던 해 나의 해 였나 내가 어머니를 알았을 때 해는 어머니 눈 속에서 나를 보고 있었지걸음마 배우던 마당 가

한여름 땡볕 텁텁해진 가슴 속 소시민의 꿈 어루만져 줄 원주시 청사가 있는 봄꽃 같은 동네, 물 많은 골짜기

저 빛깔 좀 보아!40년 광야 길에도 해지지 않은 끈끈이 신발과 채색 옷봉우리 향해 손에 손 잡고 당신을 끌어안은 채, 당신 품에 꼭 안긴 채불꽃처럼 타오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