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지 반세기 넘었는데오월의 녹음보다 더 푸르게 가슴에 핀다 몇 번이고 꿰매 입으신 몸빼바지 사철을 들과 산, 읍내를 달리셨다통고무신에 다래끼 메고 먼동을 깨웠고 비탈과 능선을 어루만지며 더덕 도라지 다래 머루 풍성해 허리 휘는 줄 모르셨다긴 그림자

뒤틀리고 일그러진 나무 등걸 휘어진 등걸 위로 소복이 쌓이는 눈 아무도 모르게 나무는 눈이 떨어지지 않도록 오랜 세월 동안 비스듬히 몸을 구부렸던 것이다 눈이 오는 그 때를 위해,

닥나무 고운 껍질에 하늘같은 정성으로 무지개빛을 드려 한지를 만드신 조상 대를 물린 묘한 솜씨 구름처럼 피워내며 한지 속에 혼을 담아 오래오래 전해가자

흰 구름 몇 점에 하늘은 파랗다 무릎 꿇고 정성껏 기도를 한다 엊저녁 폭우가 왔다 분명 칠석 하루 전날 견우직녀의 마차 씻는 *세차(洗車)로(露)였

거울이 웃는다 터럭 하나 없이 맑다 엊저녁 부아가 남아 있는데 민머리 해 내밀기 전 매듭은 풀려 있다 낯익은 웃음소리

시지프스의 바위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의 하루도 쿨럭쿨럭 굴러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같은 시각에 중앙동 사거리를 거쳐 의료원 사거리, 환경청 사거리를 지나 이곳에 와 멈춘다.

무료한 시간 한 껍데기 걷어내니 나의 넓은 등짝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장미꽃 담장 손질하느라 가시에 찔리고, 구슬땀 얼룩지고

처마 밑 먼지덩어리 걷어내려 툭 건드렸더니 밤톨보다 더 큰 거미 한 마리

산들 바람 내 친구 들러리 세워 꽃구름 가마에 내 영혼 실었다. 두둥실 떠돌다 내려앉은 곳 살기좋아 뽑혔다는 원주고을에 중년의 육신에 구원을 보내며 또남은 삶의 둥지를 꾸려본다

한 자루에 오십이만원 하는 강냉이 작석(作石)을 하는데 사십 키로 오백을 넣으란다 실 중량은 40kg인데굳이 500g을 더 넣으라는 것은 자루 무게 때문인란다자루가 끽 해봐야 50g인데 450g을 더 넣으면

여름비 무서워 서둘러 꽃 피우는 물깨끔 층층나무. 녹색가지마다 층층이 꽃잎 가득 모아 만든 하얀 파라솔 초여름 마중 라려 활짝 폅니다.

치악산 고둔치 재 산바람이 후유후유지고 온 세월에서 고달픈 사연들이 목에 자주 걸린다

내가 어려서 자랄적에 골이 아프면 어머니는 내골을짚어주시며 "내손이 약 손이다 씻은듯이 났거라" 배가 아프면

섬강, 그 유순한 물줄기 같은 커브를 틀어 산나물향 더덕향 황소 울음소리의 여운을 싣고 횡성 하리를 떠난 그대, 2번 버스 원주 관설동 종점까지

엷게 흔들리다 못해 햇살에 기대어 허공을 본다 멈출 수 없이 바쁜 시간 속에 한가로운 웃음이여! 이제 입술부터 촉촉이 젖어 조용히 숨쉴 시간…

알밤도 제가 살아나려고 가시로 거의 반년이나 촘촘이 둘러 쌓고 다음은 철판같게 반질반질 바늘도 못 뚫게 코팅을 잘했다

촘촘한 가을 볕이 살짝큼 들여 본 속 불혹을 넘긴 여인 동양화 펼쳐 났네 산 그림 하늘 그림을 은쟁반에 새겼네

외할머니께서 막내딸을 만나러 오신 날은밤이 새도록따님과 속닥이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