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야음을 틈탄 모기의 무차별 공격 딸아이 몸엔 체리만한 붉은 반점 여러 개 가려움을 참은 나에겐 깨알보다 작은 점 몇 개 오늘은 모처럼 일찍 잠을 청하는데 위층에서 아이 쿵쿵거림과 왁자지껄한 소리난 위층 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이걸긁어? 말아?

기대지 마라 누워서 자라는 꽃은 없어라 실오라기 같은 작은 촉이 검은 흙을 밀고 올라와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바라만 볼 뿐

침목은 어제 떠난 길손을 기다렸고 열차는 손님 없이 햇빛만 싣고 떠났다 버려진 그 온기 속엔 유년이 가득하다 까치가 울어대던 그 옛날 플랫포옴소녀는 보퉁이를 안고 울고 있었다. 깎여진 말간 레일의 들켜버린 속살들

밤하늘에 별들이 떼 지어 떠 있다 무리를 짓는 것은살아 있는 것들의 오랜 습성, 오늘도 사람들은 밤늦도록 이 거리 저 골목을 몰려다닌다. 무턱대고 세(勢)를 불리려는 그들의 욕망은 무정형(無定型)의 고무풍선과 닮았다

무더운 여름밤별들은 총총 쌍다리 아래 흐르는 물소리에 더위를 식히던 그 밤 철푸덕 철푸덕 동네 아낙들 빨래하는 소리

그립다 말을 할까 보고프다 적어 볼까 잘 울던 벨소리가 왜 오늘 먹통이냐 마음을 추스리려고 지난 추억 꺼내 본다 어디서 무엇하며 이 마음 모르실까 님 향한 끊는 가슴 갈 곳 몰라 서성이고텅비인 님의 자리엔 수심만이 출렁인다

기름진 문전옥답 두고 오던 날 나는 울었네 고갯마루 서서 봉화산

지난밤 천둥번개 요란하게 치더니만 치악 골 작은 돌 까지도 새하얗게 씻어놓고구룡 골 굽이굽이 하이 얀 물보라로

동해의 빛난 해를 건져 올린다.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도 한다.수 천 년 변하지 않는 씩씩한 산의 기상그 넓은 품속에 나를 던지며정겹게 안아주는 푸른 손길이여어느새 네 몸 안에도신록이 돋아난다.단풍이 고와서 적악이라 부르던 산산 꿩이 은혜 갚은 보은의 전

오래 오래 사용 했나보다 무뎌진 모습 보니 평생을 써도 달치 않을 것처럼 강인했던 그 모습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무뎌가는 모습 발견 한다그때는 힘들지도 않게 땅도 잘 팠는데말없는 시간 속에 호미는 변모해 무뎌가고 있었다.

산비탈 밭고랑에 호미자루 던져놓고 허기진 아버지가 내 뿜던 풍년초 잿빛 연기에저물어 가던 여름 날 하루해

살얼음 비껴 오신 양지바른 진달래 곱다운 춘삼월에산에 들에 맺혔네. 때 아닌 우박에 가슴이 패이곤그리움 못 잊어 피멍으로 온 진달래

하늬바람 성화에 마음이 흔들릴 때 나도 몰래 찾아 가는 치악산 구룡 계곡 청량한 물소리만 들어도 옹골찬 힘 솟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 한다는 단어가 훨씬 부드럽고 빠르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네 단어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닌 것은 역시 짧아서 인가보다 긴 단어보다 짧은 단어가 말하기 어려운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이 꼭 이성 간의 사랑만 있는

쭉 뽑아 올린 꽃대 맷맷하게 세워주고 새처럼 날 듯 핀 꽃송이 향기속에 갇혔다

고요 속에서 유독, 태엽 감는 소리만 정적을 깬다 밥을 먹이는 일 먹어야 산다는 것은 음식으로 힘을 얻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 소유를 버리고 도통한 수도승처럼자작이는 장작불 울음소리와나부끼어 물위를 떠도는

생애의 어떤 목마름으로 갈증을 호소하는 아우성들아!버리고 비우기를 소망하는 열망들아!물이 되자물이 되어보자

명륜동에 내 땅이 생겼다 난생 처음 씨앗을 뿌렸다 배추, 오이, 상추, 파, 옥수수, 땅콩 물을 줄 수 없어 하늘만 바라보고 비라도 오면 덩실덩실 춤추며 밭으로 달려갔다

모친을 모시고 찾은 메포의 법당 대웅전에서 초를 꽂고 퇴계선생 누워있는 돈표 성냥갑 한 개피 성냥을 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