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구리 뒷다리 |
|
| 작성자 : 산골어부 |
2014-12-26 14:14:57 조회: 1386 |
|
|
|
개구리 뒷다리
‘개구리 뒷다리’에 대한 미각적 기호(嗜好)에 관하여서는 아무래도 “드셔보셨습니까?” 보다는 “먹어봤습니까?”가 더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개구리 뒷다리’라는 말 자체가 어릴 적... 없던 시절... 동무들과... 논두렁이나 천변에서... 등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어울려 그때까지만 하여도 한적하고 논밭이 많았던 서울 변두리 마장동 일대와 살꽂이다리(전곶교箭串橋)근처를 쏘다니면서 개구리사냥을 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개구리 뒷다리도 많이- 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번-’ 먹어보았습니다.
‘개구리 뒷다리’라는 말을 들으면 제 마음은 반세기 전 어린 시절로 줄달음을 칩니다. 그러니까 9~10살 무렵, 아마도 이른 가을의 어느 날 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장동에서도 한 참을 더 들어간 어느 천변으로 친구들과 “고기잡이 겸 메뚜기 잡이 겸 개구리 잡이”를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구멍이 두 개 쯤 뚫어져 망가진 소쿠리를 머리에 쓰고 빈병을 하나씩 들고 보무도 당당히 장도(壯途)(!)에 올랐었지요.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잘라서는 억새풀 줄기 같은 것에 주렁주렁 꿰어 옆구리에 차고 다니다가- 그 옛날 이성계와 방원도 걸어 보았다는 살꽂이 돌다리 아래 한 적한 곳에 오그르르 모여 앉아서 근처에 마른 풀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다가 불을 붙여 놓고는 그럴싸하게 ‘구이 거치대’도 만들어서 불 위에 가로질러 놓고 뒷다리들을 얹어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릇노릇해지면서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가 났던 것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엄청 야들-야들 부드럽고 약간은 달차한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맛이 좋아서 라기 보다는 친구들과 형들과 둘러앉은 분위기로 먹었습니다. 물론 그때가 고기 한 점은 물론 보리쌀 한 톨의 고귀함도 늘 역설되던 시절이라서 가난하고 먹을 것이 궁하던 시절이기는 하였지만, 배가 고파서 개구리 사냥을 나설 만큼은 이미 아니었습니다. 그저 또래들과 어울리는 재미, 쏘다니는 즐거움을 배가 시키려는 놀이의 장면들이었지요.
첨벙-첨벙 논가에 들어가 붕어와 미꾸라지를 소쿠리로 떠 올릴 때 그 고기들의 펄떡임에 맞추어 함성을 내질렀고 아직 작고 어린 메뚜기며 방아깨비 등에 살살 다가가서 잽싸게 손을 뻗어 움켜쥘 때의 간지러움이 아직도 약간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야-!! 이놈들-!!” 하는 논 주인의 먼 외침에 부리나케 튀어 나와서 줄행랑을 놓으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숨차하는 중에도 킬킬 거렸던 모습들이 이제는 간절히도 그리운 모습들이 되었습니다.
개구리는 물론, 개구리 알과 배가 빨간 무당개구리 그리고 도롱뇽의 알들까지도 ‘건강약재’가 되어 그 ‘꾼’들에 의해서 ‘싹쓸이’가 되고 있는 형편이라는 보도입니다. 그래서 “나도 한 때는 개구리 사냥꾼이었는데...”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 시절 천변에 앉아 짭-짭- 거리며 ‘개구리 먹었던 입’으로 개구리들의 용서를 구한다면 너무 멀리 나가는 것이겠지요? (허허 하는 마음입니다.)
‘개구리 먹은 입’이라는 말은 만화가 ‘고우영’씨가 ‘추동성’이라는 이름으로 1960년대 중반 즈음에 그린 아이들 대상 명랑만화 ‘짱구박사’에서 나온 대사 중에서 부분 발췌 인용한 것입니다. “개구리 먹은 입으로 거짓말 할까-?”는 만화 속 짱구박사와 아들 쨩쨩이가 산으로 들로 강가로 헤매고 다니면서 개구리들을 무수히(!) 잡아서는 댕거덩-! 뒷다리들을 모두 잘라 쩝쩝 짭짭 맛있게 구워 먹는 장면들 속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꾼 꿈속에서였던가? 아니면 어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었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짱구박사는 ‘개구리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사람만큼 큰 ‘두 다리 없는 개구리들’이 휠체어를 타고 우르르- 몰려나오면서 “저 놈, 저, 저, 개구리 귀신-!!” 하고 분노하며 외치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나중에 유명해진 ‘고우영 삼국지’ 보다 훨씬 이 전인데도 작가의 유머와 풍자적 감각을 앞서 엿볼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엊그제 TV에 무슨 대담 프로에서 연예인들 몇몇이 나와 ‘개구리 뒷다리’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먹어 보았느냐? 맛이 어떻더라는 등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들이 아직 20~30 대의 젊은이들인지라 개구리 뒷다리를 정말 먹어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작금의 시대에 ‘개구리 뒷다리 구이’라고 하는 것은 일부러 찾아서 해먹어보기 전에는 구경도 맛보기도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동남아 어떤 나라들처럼 개구리 요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벌써 꽤 오래 전부터 정부 기관 등에서 무분별한 ‘개구리 남획’을 금지 하는 조례 등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지요.
우리 산하와 논밭에 흔하던 개구리 메뚜기 방아깨비... 그리고 미꾸라지들의 모습들도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것들이 되는 것 같아서... 그 시대의 푸르고 높았던 청정 하늘 아래 살았던 이들의 추억의 장면들도 자꾸만 더 흐릿하게 빛바래져가는 것 같아서... 휴- 하는 마음으로 그 시절의 그리움이 더하여 집니다.
산골어부 2014-12-26 |
2014-12-26 14:14:57
121.xxx.xxx.9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