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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나물 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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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산골어부 |
2014-12-02 18:40:34 조회: 17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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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
“그럴 땐 그저 콩나물국이 최고지, 펄펄 끓는 콩나물국물에다가 고추장 한 숟가락 고춧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휘휘 저어서 벌컥벌컥 들이키면 고뿔이라는 놈은 뚝 떨어지고 말지-”
어린 시절- 감기에 걸려 연신 재채기를 해대며 콧물을 뚝뚝-뚜두둑- 흘리고 있던 저를 바라보시면서 쯧-쯧- 혀를 차시며 하시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다시 한 번 쟁쟁소리를 내면서 귀에 들려옵니다. “맞아, 콩나물국이 최고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저도 지금 아내에게 콩나물국을 주문하여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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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조금 전에 아내가 만들어 놓은 뜨거운 ‘콩나물 매운탕’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다시 와서 앉았습니다. 어떤 글에서 연탄, 김치, 된장... 콩나물... 등을 우리나라의 고유의 것으로 꼽고 소개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콩나물이? 그렇다면 콩나물국, 콩나물무침이 우리민족이 시작한 고유음식? 그리고 또 세계에서 음식을 가장 뜨겁게 먹는 민족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합니다.
“더운밥을 먹어야 기운이 나지.”
선대의 우리 어머니들은 언제나 가족들에게 ‘식은 밥’을 먹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아랫목 뜨거운 곳에 밥그릇을 놓고 이불로 덮어 놓았었지요. 그렇듯 밥은 ‘더운 밥’이어야 하고 국은 물론 찌개도 펄펄 끓인 것은 상위에 놓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전골 같은 것은 상 위에서도 버너 위에 올려놓고 연신 불을 때는 것으로- 비록 한 숟가락 떠서는 다시 후-후- 부는 것으로 식혀 먹기는 하였을망정 음식자체가 식혀지는 것을 허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또 그렇게 입천장을 데어 가며 서둘러 꿀꺽 삼키고 나서는 “어- 시원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는 역설의 모양으로서 이제 막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을 당황케 하는데 이러한 생활 속에 드러나는 언어적 아이러니의 모양들은 처음에 어떻게 생겨지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노르웨이, 시베리아, 알라스카 심지어는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인들 중에서도 이렇게 펄펄 끓는 ‘뜨거운 식문화’의 모양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기후도 사계절로 적당한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는 왜 그렇듯 ‘펄펄 끓여 먹는-’ 미각에 익숙하여진 것인지... 혹시 너무 위생에 철저한 민족이라서가 아닐까요? 무엇이든지 펄펄 끓이면 모든 나쁜 균들이 소멸되니까... 허허 웃어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펄펄 끓인’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한 숟갈, 고추장 한 숟갈을 풀어 넣는 것으로 ‘빨간 콩나물 매운탕’을 만들어서 벌컥-벌컥-들이키는 것으로 대한민국 자손임을 만천하 아닌 ‘온 집안’에 증명하고 나니-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갑작스러운 매운 맛에 놀란 혀가 아-다다다- 요동을 치며 날름거리는 바람에 여기에 놀란 침샘에서 급하게 분비된 침들이 그 혀를 적셔주는 것으로 달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에도- 과연 제 오감의 한 편에서는 정말 “시-원하다”는 상쾌한 느낌이 온 몸을 감싸 안는 군요.
콩나물에는 영양가도 많고 특히 숙취에 좋다고 하여 간 밤에 한 잔 걸치신 어르신들이나 낭군님의 아침 속풀이 해장국으로 내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집집마다 부뚜막 근처에 콩나물 통을 놓고서 수시로 물을 부어주면서 키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 그 콩나물들은 정말 “콩나물 자라듯이-” 쑥쑥 자라나서 국이며 무침 같은 서민들의 필수 반찬이 되어 상위에 오르곤 하였지요. 콩나물을 넣어 끓인 된장국, 넓적하게 쓱쓱 썰린 두부와 함께 풍덩 넣어진 콩나물 두부 된장찌개- 뚜껑을 열면 훅-하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던 모양들이 생각나면서 꿀꺽 침을 삼키게 됩니다.
일본에도 더운 국물이 있고 중국요리 역시 식으면 맛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처럼 까닥하면 ‘입천장이 홀랑 데이는-’ 음식들은 거의 없고 서양 쪽으로도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음식의 온도는 ‘따듯한-’ 정도를 선호하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과 그리고 미국 음식점 등에서는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펄-펄-’ 끓는 것을 내어놓는 곳이라고는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모양에서 민족적 고유 기질을 파악해 보려고 뜨거운 것을 먹고도 ‘시원하다-’고 하는 모양의 속내를 심층분석(深層分析)하여 보기도 한다니 재미있습니다.
그 만큼 입맛이라고 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 길들여진 것에 익숙하게 반응하고 또 그만큼 세월과 시간을 두고 적응되어진 것이기에 지난 백년 간 많은 서양문물의 도입 속에서 또한 많은 나라들의 숱한 음식들이 선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김치와 된장 없는 우리 밥상은 낯설기만 하고 고뿔에는 고춧가루 콩나물국이 최고라고 신봉하며 작금을 현재로 살아가는 이들 중에 저 같은 사람의 호흡이 여전하니- 모르기는 하여도 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고춧가루 콩나물국의 신통방통’ 같은 민간 처방은 백년쯤은 더 이어져 내려 갈 것 같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11-26 |
2014-12-02 18: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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