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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태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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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산골어부 |
2014-12-03 05:22:50 조회: 17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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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껌...
‘껌’이라는 말이 영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그럼 우리말로는 뭐예요?”
“글쎄... 껌이지 뭐...”
이미 우리말이 되어버린 껌(Gum)은 그 영문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서양 그것도 미국에서 본격 수입 된 것이라 할 것인데 사실 그 시작은 정식 수입 루트를 통한 것이 아니고 6.25 전쟁 통에 미군들이 가지고 들어 온 것이 우리나라 껌 대중화의 시발점이라고 합니다. 껌은 중남미 밀림 속에서 자라는 고무나무 류의 나무진액으로 ‘치클’이라는 이름입니다. 그것을 오래 전부터 원시림 속 사람들이 씹기를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배고픔을 잊기 위한 것, 이빨과 구강청결을 위한 것,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것 등이 있는데 심지어는 껌 씹는 소리를 싫어하는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라는 주술적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껌은 아무래도 해태제과가 1956년에 만들어 시판하였다는 ‘해태 풍선껌’을 그 본격 시발점으로 봅니다. 이후에 ‘커피껌’ ‘골드껌’ ‘시가껌’ 등으로 이어지다가 60년대에 들어 ‘셀렘민트’를 내놓았는데 굉장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셀렘민트를 좋아하셨습니다. “향기가 참 좋아” 하시면서 늘 씹으셨는데 식사 때면 씹던 껌을 꺼내어 한 쪽 기둥이나 벽 같은 곳에 질끈 붙여 놓으셨다가 나중에 다시 떼어 또 씹으시곤 하셨지요. 주무실 때도 그렇게 하셨는데 그렇게 하면 껌 한 개로 3~4일을 씹을 수도 있었습니다.
60년대 중반 즈음에 롯데제과에서 껌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은데 짙은 푸른 색 포장지에 펭귄이 그려져 있던 ‘쿨-민트’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나서는 해태와 롯데의 껌과 과자 시장의 쟁탈전이 점점 더 심화되었지요. 혹 그러한 ‘고래들의 싸움’ 중에 틈새시장을 노렸던 것일까요? 어느 제과회사 제품이었는지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 껌 이름만큼은 아직도 선명한 ‘꿀-민트’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히트 상품 ‘쿨-민트’의 짝퉁이었던 것 같은데 포장에 벌과 벌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질은 형편없어서 한 두어 시간 정도 씹으면 탄력이 없어지고 풀죽 같이 되어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때 동심을 울렸던 충격으로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껌은 해태나 롯데 것이 아니면 사먹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였지요.
60년대 중반 즈음 까지 그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해태 풍선껌’이었습니다. 신동우 화백의 인기 만화 ‘홍길동’의 주인공이 도포와 패랭이를 쓴 모습으로 “송-! 방-!” 하며 칼을 휘두르며 악당들을 물리치던 모습들이 포장지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껌 포장지 속에 있었던가- 꼬깃꼬깃 조그맣게 접어놓은 20컷 정도의 단편 만화도 들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것이 귀하던 시대- 아이들은 버려진 껌 포장종이를 주워서 딱지처럼 가지고 놀고 또 따먹기도 하였었지요.
우리나라 간식사(間食史)를 말할 때 ‘해태제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도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이 ‘해태 캬라멜’입니다. ‘흑설탕 캬라멜’과 ‘인삼 캬라멜’ 등의 이름으로 판매 되었던 것 같은데 매우 인기가 좋았지만 그때 20원 30원 하던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모처럼 용돈이 생겼을 때만 호기롭게 집어들 수 있었지요... 이 시대를 나이 60살 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지나간 어린 시절의 추억들 속에서 ‘해태제과’를 빼놓는다면 매우 허약하여 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의 혁명-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 콘...” 해태 부라보 콘이 나오면서 전국에 있는 구멍가게 마다 해태 아이스크림 판매용 ‘냉장고’들이 놓여졌습니다. 그리고 그때를 기점으로 하여 여름날 얼음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아-이스-께끼-이”를 목청껏 외치던 제 나이 또래의 ‘아이스케키 장수’들도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석빙고.. 거북당.. 밀림당.. 등 얼음과자 공장들의 정겨운 이름의 간판들 역시 하나 둘씩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70년대로 접어 들 무렵 농심에서 ‘새우깡’이 크게 히트를 하자 해태는 거기에 맞서기 위해서 땅콩버무림 과자 ‘맛동산’을 개발합니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하는 광고 노래도 크게 유행하였지요. 오리온에서는 ‘오징어 땅콩’을 내보낸 것도 그때 즈음인 것 같습니다. 비스킷 시장도 각축전에 돌입하여 해태의 ‘에이스 크래커’ 롯데의 ‘제-크’ 비스킷이 경쟁하고 오리온의 ‘쵸코파이’ 등이 나오는 등 제과회사들은 자사제품의 과자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날마다 고군부투 하였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의 전성시대를 지냈습니다... 그러한 과자 향기의 시대를 어린 시절로 지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훈훈하여 지는 것은 나뿐인가 합니다.
최근에- 해태제과에서 ‘허니버터칩’이라는 스낵과자를 내 놓았는데 엄청 인기를 끌고 있고 일반 상점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귀하신 몸’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좋아할 만한 청소년 아이들은 한 결 같이 말합니다. “몰라요. 이름은 들었는데 한 번도 본적은 없어요.” 그러한 귀하신 몸 ‘허니버터칩’을 우리 네 식구가 시내 대형 마트에 갔다가 그때 막 들여와서 진열대에 올려 지던 그 ‘귀하신 몸’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감자를 얇게 썰어서 튀긴 것인데 버터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냠냠 맛있게도 먹더군요. 그렇듯 귀한 것을 우연처럼 먹을 수 있었으니 아이들에게는 저의 ‘해태 풍선껌’의 경우처럼 좋은 추억도 될 것입니다.
중학생 때 즈음... 구로동 근처던가 영등포쪽 어디던가에 있던 ‘해태제과’ 공장을 단체견학 하였는데 장롱보다 더 큰 사탕 덩어리가 기계 위에서 뒹굴뒹굴 돌아가던 모습과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우리들에게 한 보따리씩 안겨 주었던 ‘해태종합선물’ 세트와 그 기쁨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한 때는 해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제과 기업이었는데 지난 수년간은 그 날개도 많이 꺾인 것 같고 당연히 소비자들의 신뢰도 자꾸 내려만 가는 것 같습니다. 마트를 가보아도 그 정겹던 이름의 과자들이 ‘묶음판매 세일’의 모양으로만 품격 없이 한 쪽에 쌓여져 있는 모습들이고..... 해태-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었던 이들의 시선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경영자들은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니버터칩’을 필두로 다시 한 번 심기일전 하는 것으로 해태의 전성시대가 도래하여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반세기 전 내가 받았던 것을 훨씬 넘어서는 아름답고도 풍성한 꿈과 추억의 명장면들을 넉넉히 만들어 주는 멋진 해태제과회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12-2 |
2014-12-03 05: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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