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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노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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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산골어부 |
2014-12-09 10:26:15 조회: 15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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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노모도
‘아지노모도’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최소한 6학년은 넘기신 분이실 것입니다. 어제 저녁 늦게 아내와 함께 시내 월드마트에 잠시 들렀다가 매장을 한 바퀴 빙- 돌아보는 중에 조미료 진열대 쪽에서 ‘미원’을 발견하였습니다. “해롭다느니 아니라느니 하면서도... 너 참 오래 가는구나...” 그 미원과 함께 조미료시장 싸움을 벌이던 ‘미풍’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대신 그 옆에 ‘다시다’들이 종류별로 있습니다. “그래, 이 맛이야” 유행어를 만들어 내면서 한때 ‘천연조미료’ 선풍을 일으키기도 하였지...
60년대 중후반 즈음- 미원과 미풍의 싸움이 볼 만(?) 하였지요. 삼성의 미풍은 어떻게든 우리나라 조미료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미원을 이겨보려고 당시 최고의 톱스타이며 그때까지 한 번도 광고모델이 되어본 적이 없던 여배우 ‘김지미’씨를 거액을 주고 모델로 기용하여 당시 발행 되던 일간신문들 거의 모두에 한 면을 전부 장식하는 초대형 ‘미풍 광고’를 연이어 낸 적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조미료 업계와 시장을 장악하려는 미원-미풍의 대결의 모양이기는 하였지만, 미원의 모델 ‘고은아’와 미풍의 모델 ‘김지미’의 암암리 인기대결로 까지 이어지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일이기도 한데 벌써 한 50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미원-미풍의 사운을 건 ‘역사적 대결’이 있기 전 일본의 ‘아지노모도’가 일제강점의 시기 때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후에 일제가 물러가고 6.25 동란이 끝나고 혁명이 일어나고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으샤-으샤”를 할 때까지도 여전히 ‘아지노모도’가 ‘기적의 맛’을 일으키는 백색가루로 인기를 끌고 있었고 그래서 저희집 부뚜막과 찬장 속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아지노모도 병에는 뱀이 그려진 상표가 있었는데 그래서이겠지요 어른들은 아지노모도 하얀 가루를 ‘뱀가루’라고도 하였습니다. 마치 서양의 석유회사 ‘쉘’의 상표에 조개(가리비)가 그려져 있어서 석유를 ‘조개기름’이라고 불렀던 것과도 같습니다.
20세기 초반에- 나중에는 회사명도 ‘아지노모도 주식회사’로 바꾸게 되는 일본의 ‘스즈키 합작회사’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개발하여 특허를 취득한 그루타민산 나트륨 제조법으로 생산된 화학조미료가 ‘아지노모도’ (味의素)라는 이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때에 우리나라 미원의 전신인 ‘동아화성주식회사’ 창업자 ‘임대홍’씨가 일본에 건너가 제조 기술을 어렵게 배워 와서 각고의 노력과 실험 끝에 ‘미원’을 만들어 국산화에 성공하고 50년대 중반부터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합니다. 1956년 즈음이라니- 제가 한 살 무렵입니다. 허허.
우리나라 광고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다툼과 출혈경쟁으로서 미원-미풍의 대결은 미원이 선점한 시장 점유율 70~80% 대를 미풍이 공략하지 못하는 것으로 승부가 결정되어 당시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잠시 뒤 70년대 중반 무렵에 삼성에서는 ‘다시다’라는 ‘천연조미료’를 개발하여 제 2차전을 벌리게 됩니다. 역시 당대 인기 톱 탈렌트 ‘김혜자’씨를 기용하여 “그래, 이 맛이야-”하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조미료시장은 미원-미풍에서 미원-다시다의 대결로 이어집니다. 다시다는 사실 완전한 천연조미료는 아니었고 ‘천연재료’을 약간 첨가한 것이었지만, 벌써 당시부터 세간에 번져나가던 ‘MSG 해악론’에 힘입기도 하고 자사의 신제품 ‘다시다’를 ‘천연’으로 구분하며 화학조미료와의 차별화를 선언 하면서 새로운 조미료의 아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되지요....
그런 저런 옛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가기에- ‘미원’을 하나 꺼내어 살펴보니 겉포장의 빨간색 신선로 디자인도 거의 바뀌지 않아서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하는데 뒷면을 살펴보니 화학조미료 미원이 절대로 몸에 해롭지 않다는 인증을, 무슨 국제 식품기구로부터- 또 미국의 무슨 식품기구로부터 받았다는 등의 문구들이 있군요. 지난 수년 동안 악몽처럼 시달려온 화학조미료 미원의 ‘인체해악론’을 불식시키려는 애씀이 보여집니다.
이번에는 ‘다시다’를 하나 꺼내어 보니 예의 “그래, 이 맛이야.”하는 40년 전의 유행어 광고문구가 여전히 적혀있군요..... 그래서 휴- 하고 한숨을 쉬어 봅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을... 최고의 자리, 1등의 자리를 놓고 그렇게 다투던 모습들도 이제는 모두가 흑백TV 속의 영상들로만 남아있습니다. 그렇듯 젊고 곱고 아름다웠던 고은아씨도 김지미씨도 김혜자씨도 모두 호호 할머니들이 되었고 미원-미풍의 씩씩거리던 다툼의 열기도 다 가라앉고... 지금은 미원도 다시다도 그저 조용할 뿐입니다.
“그래, 이 맛이야” 라고 하던 김혜자씨의 음성이 아직도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 지금의 소회를 묻는 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그래, 모두가 이렇게 지나가버리는 것이야...”
‘아지노모도’로부터 시작하여 ‘미원과 미풍’ 그리고 ‘다시다’ 또 MSG 해악논란으로 이어지던 조미료들의 ‘평지’와 ‘풍파’ 부침의 시대와 그렇듯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조미료들의 영욕의 세월들을 찬찬히 돌이켜 보면- 그래 사람들의 사는 모습들도 다 이와 비슷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골어부 2014-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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