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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퉁' <시사저널>을 고발합니다
 작성자 : 시사모  2007-01-11 18:30:00   조회: 8437   
'짝퉁' <시사저널>을 고발합니다
[릴레이 기고①] 파업 후 첫 발행된 <시사저널>, 개념 없는 편집에 경악하다
서명숙(mssuh) 기자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난 5일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금창태 사장은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그 뒤 6개월 동안 사측과 기자들은 공방을 벌여왔다. 파업 이후 첫 발행된 <시사저널>에 대한 평을 서명숙 기자가 보내왔다. 서 기자는 1989년 6월 <시사저널> 창간멤버로 2003년 4월까지 정치부 기자·정치부장·취재1부장·편집장을 거치면서 15년을 <시사저널>에서 일했으며, 2005년 5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편집자 주>
▲ '삼성기사 삭제 파문' 이후 회사측 주도로 만들어진 <시사저널> 899호(2007.1.16일자)가 발행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노조 집행부가 회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기자 파업 이후 발행된 <시사저널> 899호.
'짝퉁'. 진짜 같은 가짜를 가르키는 신조어다. 시계나 고급 핸드백으로 출발했지만 모든 제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런 짝퉁 바람이 언론계에까지 불어닥쳤다. 지난 월요일 오후 전국 가판대와 서점에는 '짝퉁 시사저널(2007년 1월 16일자)'이 깔렸다. 제호도 로고도 판형도 똑같다. 제품을 만들어낸 회사도 똑같고 발행인·편집인도 동일인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품질?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명품 짝퉁은 '미덕'이라도 있지만

명품 짝퉁에게는 변명거리라도 있다. 명품이 갖고 싶은데 주머니는 가벼운 소비자를 위해 태어났다는. 소비자는 진짜에 비해 서너배나 싼 짝퉁을, 뻔히 알면서도 구입한다.

그러나 '짝퉁 시사저널'에는 짝퉁으로서의 미덕마저 없다. 가짜인데도 진짜인 것처럼 정상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철저히 기만하고, 몸담고 있는 기자들을 능멸하고, 나처럼 오랫동안 그 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모욕하는 처사다.

스스로 짝퉁매체를 발간하는 일은 한국 언론사에 '야만의 시대'로 기록될 유신정권하에서도, 사이비언론사에서도 없었다. 2007년 신년 벽두에 '정통 시사주간지'를 표방하는, 17년의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시사저널사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진퉁과의 차이점①] '만든 사람들'이 없는 희귀한 잡지

기자의 주장이 의심스러운가? 믿기 힘든가? 이제부터 조근조근 설명해 드리겠다.

모름지기 잡지라면 발행인에서부터 조판직원에 이르기까지 '만든 사람들'을 열거하는 난이 있기 마련이다. 맨 앞, 혹은 맨 뒤에. 뉴스를 단순 전달하는 신문 방송과는 달리 만든 이의 개성과 철학을 반영하는 잡지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난이다.

<시사저널>에도 지난 17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목차에 이어 '만든 사람들'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번호 <시사저널>에는 통째로 빠져 있다. 말하자면 <시사저널> 899호를 만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짝퉁의 제1근거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미 지난 1월 5일 "원치 않는 길이지만 갈 수밖에 없다"면서 펜을 놓기로 결정했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아무도 기사를 송고하지 않았고,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기자들의 항의가 두려워서라도 '만든 사람들'을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펜(요즘에야 자판을 두드리지만 습관상 아직도 '펜'이라고들 한다) 잡는 게 업(業)인 기자들이 왜 펜을 놓았는가? 또 그 넌덜머리 나는 파업인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잔업수당 더 달라고? 복지 개선하라고?

내 우직한 동료·후배들이 펜 놓은 이유는

▲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로 구성된 <시사저널>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시사저널>의 편집권 독립과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파업의 씨앗이 잉태된 것은 6개월 전. 발단은 '이학수 부회장, 권력 비대해졌다'라는 제하의 2쪽짜리 기사였다.

시사저널사 금창태 사장은 내용이 검증이 안 됐고 삼성 측에서 이의를 제기한다는 이유로 보류를 권유하다가, 급기야는 편집국장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편집국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인쇄 단계에서 들어내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이윤삼 편집국장은 항의하는 뜻에서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측은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문제되는 기사를 인쇄 단계에서 들어내고 이에 항의하는 편집국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은 다른 매체에서도 드문 일이거니와, 특히 <시사저널> 구성원에게 준 충격은 심대했다.

▲ 서울 중구 충정로 시사저널 편집국.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실과 진실의 등불을 밝힌다'는 모토 아래 '청와대의 밀가루 북송사건'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 '순복음 교회의 진실' 등 모든 형태의 권력과 금기에 도전해온 <시사저널>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허물어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훈(<칼의 노래>의 작가)씨는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편집권 과 관련해 세 번이나 사표를 던졌지만, 수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당과 야당, 검찰과 조직폭력, 양쪽으로부터 다 고소를 당하면서도 편집국이 소송을 감당하기 두려워서 기사를 빼거나 유보한 적도 없었다.

이런 <시사저널> 전통에 비추어 '삼성기자 삭제와 편집국장 사표수리'는 문화적 충격, 문명충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시작에 불과했다. 결국 6개월 만에 기자들은 펜을 스스로 내려놓고 '정녕 가고 싶지 않은' 파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 뒤에 전개된 편집권 독립을 둘러싼 노사간의 치열한 공방, 간부 기자와 노조원에 대한 회사측의 잇따른 징계, 노조의 출범과 결국 결렬로 끝난 단체협약 협상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기로 하자)

[진퉁과의 차이점②]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편집

그렇다면 899호는 유령이 만들었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잡지를 들추다 보면 '편집위원' 직함을 단 몇몇의 이름이 눈에 띈다.

<시사저널>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두어 달 전부터 회사측은 편집국과 전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명단을 발표했다. 역할이 모호했던 '편집위원'이 파업에 대비해 끌어모은 '용병'이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그들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아니니 제발 오해없기를 바란다).

잡지의 얼굴격인 표지를 한번 보자. 머리띠에는 "증오심은 통치 원리 아니다"라는 제목의 류근일 <조선일보> 주필 인터뷰 기사가, 커버스토리로는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이라는 김행 편집위원의 정치분석 기사가, 하단에는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매체 다 죽인다' 등의 기사가 올라있다.

가만, 김행 위원이 누구더라? 낯익은 이름이다. <중앙일보>에서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하다가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 대변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정치인' 아닌가. 그런 그가 2012년에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노 대통령의 속내를 당사자도 놀랄 수준으로 자신있게 '예언'해 놓았다. 이번엔 무속인? 현란한 변신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호주머니 돈으로 복사용지 사오던 시절도 견뎠는데

▲ 지난해 10월 시청역 부근에서 열린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일호프.
우직하기 짝이 없던 옛 동료, 후배 기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IMF가 터진 직후 <시사저널>은 모기업의 부도에 이은 계열사의 줄도산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사주는 해외로 도피하고, 광고는 줄어들고, 급여 지급은 중단되고, 인쇄용지는 달랑 2주치밖에 남지 않았었다. 더 힘든 건 떠난 동료의 빈 자리를 지켜보는 일이었다.

아직도 선연히 기억한다. 복사용지마저 떨어졌다고 아우성치자 김상익 편집장이 호주머니 돈을 털어서 교보문고에 가서 종이를 사오던 장면을. 장대비가 쏟아지는 일요일에 출근해 안 넘어가는 밥을 물 말아먹는데 돌연 툭, 떨어지던 눈물을.

그런 수난기에도 <시사저널>은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원칙을 끝내 잃지 않았고, 매체로서의 품위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 했다. 정치권으로 진출한 선후배들이 회사 근처에 얼굴을 내밀기도 쑥스러워할 만큼.

그런데 한 때 특정 정파에 몸을 실었던 이를 편집위원으로 임명하고, 그가 쓴 정치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장식하다니! 진보·보수를 논하기 이전에 양식의 문제다.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편집에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잡지에는 만드는 이의 혼이 담긴다. 경영진의 부름을 받고 하루아침에 모여든 용병들에게서 <시사저널>의 혼을, 독특한 칼러를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바라는' 격이다. 잡지는 같은 라인, 같은 기계에서 만들면 품질이 균질하게 보장되는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899호가 짝퉁일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다.

<시사저널> 사태에 왜 침묵하는가

<시사저널> 사태가 장장 6개월을 끄는 동안, 심지어 사상 유례없는 짝퉁매체가 발간된 이 시점에도 대다수 신문 방송은 침묵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등 미디어 전문지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등 인터넷매체만이 관심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한때 같은 직업에 종사했던 직업인으로서 언론에 묻고 싶다. 대한민국 언론지형에서 독특한 위상과 입지를 지닌 <시사저널>이 파업에까지 이른 현 상황이 연예인의 결혼과 이혼보다도 뉴스 가치가 없는 일인가를. '호기심 천국' 언론이 '재벌과 언론과 편집권'이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어우러진 이 사안을 왜 한결같이 외면하는가를.

혹 이 사태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삼성그룹, 정치권력보다 훨씬 강력하고 무섭다는 재벌권력을 의식하기 때문인가? 혹 이 사태가 당신들이 IMF 이후 치열한 생존경쟁의 와중에서 상당 부분 포기하거나 의식적으로 잊어버린 편집권 문제를 불편하게 환기시키기 때문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말초적인 선정성과 흥미만을 좇는 당신들의 고질이 불치병 수준으로 악화되었다는 건가?

함께 울어줄 문상객도 찾아주지 않는 적막한 상가에서, 머리 풀어헤치고 곡(哭)한다.

푸르른 내 청춘을 실려보낸 <시사저널>이여, 제발 눈을 뜨라고. 어서 일어나 이제껏 걸어온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라고.

▲ 파업 직후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들의 시위.
2007-01-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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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원본주소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84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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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1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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