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 거리로 조성한 중앙로 문화의거리를 차량들이 점유하는 사례가 만연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문화의거리로 이동하는 차량이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량이 다수 주차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 시장 상인들은 생계유지는 물론 현재 교통사정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 하는 실정이다.

중앙로 문화의거리는 KBS 인근부터 지하상가 일대 천사로까지 670여m 구간에 조성돼 있다. 거리 경관을 쾌적하게 정비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차량 유입을 통제함으로서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든다는 것이 당초 취지다. 문화의거리는 상인들이 판매물품을 들여오거나 내보내는 시간대인 새벽4시부터 오전11시, 오후4시에서 5시 사이만 차량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문화의거리 3단계 구간인 자유시장과 중앙시민전통시장 사이부터 지하상가 방향까지 약 50m 구간에서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나머지 구간은 비교적 차량 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 반면 이 구간만 차량통제용 펜스가 모두 개방돼 있다.

상인들과 시장을 이용하려는 손님들의 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일부 차량은 문화의 거리를 관통해 평원로로 이동하지 않고 문화의 거리를 따라 지하상가 방향으로 향하기도 한다. 일반 도로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차량이 드나들다 보니 '차 없는 거리'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한다.

반면 시장 상인들은 차량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잠깐이라도 차량을 대야 상인들이 영업을 할 수 있고,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펜스를 열어둬야 한다는 것.

이 구간의 경우 오래 전부터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취급하는 도매상, 소매상 등이 밀집해 있어 물품 상하차를 위해 주차하는 차량이 많았고 원일로에서 자유시장 옆으로 진입해 들어오는 차량도 상당수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차량 통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펜스를 관리하는 문화의거리 상인회 측에서 펜스 개방을 허용하게 됐다.

한규정 문화의거리 상인회장은 "차단펜스를 통제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여기고 있고 상인들을 설득해보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도매상들이 다수 위치한 구간 특성상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원주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원주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차량 출입으로 인한 민원이 계속되고 있으며, 직원들이 자주 점검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의 생존권과 결부돼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통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6월부터 자유시장 뒤 공영주차장 공사가 시작돼 올가을 준공될 예정인데 향후 이 일대에 차량 유입이 급증할 수 밖에 없어 교통 혼잡이 우려되고 있다.

한규정 회장은 "시장 상인들과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강제로 차량 통제를 할 수 없고 자유시장 뒤편에 주차장이 조성되면 문제가 더욱 불거질 것"이라며 "원주시가 합법적으로 차량출입을 허용하거나 다각적인 교통개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