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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상생기금 어디로 갔을까?
원주물류 10억5천만원 행방 놓고 법적다툼…경찰 수사착수
2015년 04월 27일 (월)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3년 전 대형마트, AK플라자 등으로부터 받은 상생기금이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말 롯데마트는 원주점을 내면서 구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이하 원주물류)에 상생기금 7억5천만원을 전달했다. 이중 4억원은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 3억5천만원은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 몫으로 돌아갔다.

홈플러스는 2012년 8월 원주물류에 11억원의 상생기금을 전달했다. 이중 전통시장연합회가 3억원, 원주시슈퍼마켓협동조합이 1억5천만원을 가져갔고, 6억5천만원은 원주물류협동조합 몫으로 남았다. 이 밖에도 AK플라자가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에 1억5천만원, 원주시상가번영회에는 3천만원 가량 전달했고 대상베스트코는 강원원주도소매유통협동조합에 3억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원주물류 측으로 배정된 상생기금은 조합이 청산되면서 자금이 모두 소진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관계자들이 법적소송을 벌이고 있고 경찰도 이를 조사 중이다.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 측 자금 8억원은 연합회 구성원간 기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받은 상생기금이지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원주물류 몫 상생기금은 모두 소진…소진사유 놓고 구성원 간 법적다툼

원주물류 측으로 배정된 상생기금은 총 10억5천만원이었다. 원주물류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에 지역상품을 납품하고 그 이익을 상인들에게 환원하려 했다.

상생기금 7억원을 투입해 종업원 30여명으로 구성된 사회적기업 '청정강원푸드'를 설립했지만 현재는 대표자 1인으로 구성된 페이퍼 컴퍼니로 전락했고, 출자금은 모두 소진됐다. 당시 구성원들은 청정강원푸드의 사업 실패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 청정원강원푸드 K 대표는 "회사는 2012년 1월 설립됐고 내가 회사를 인수받을 당시(2012년 10월) 회사자본금이 마이너스 2천400만원이었다"며 "전 원주물류 이사장이 청정강원푸드 대표를 겸직하면서 부동산 선세, 유령조합원 출자금 반환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유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원주물류 전 이사장은 "원주물류 대표를 맡았던 H 씨가 청정강원푸드 공장시설에 무리한 투자를 해 자금이 상당수 소진됐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았다며 K 대표는 마이너스 2천여만원인 상태에서 회사를 인수받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K 씨와 H 씨는 청정 법인카드를 유흥업소 등에서 흥청망청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회적기업을 공동출자하기로 한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가 사업에서 빠지면서 부족분을 원주물류 조합원이 댔고 그 때문에 출자금을 반환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청정강원푸드 K 대표와 H 씨에 대해 법인카드 부당사용에 관련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유가 어찌됐건 상생기금 10억5천만원은 상인들을 위해 전혀 사용되지 못했다. 롯데마트 원주점에 지역특화존이 설치됐긴 하지만 극 소수 소상공인만 혜택을 누렸고 홈플러스에 설치하기로 했던 지역특화존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전통시장 몫 8억원, 눈치싸움 치열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는 대형마트, AK플라자로부터 받은 상생기금 8억원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2013년 초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 전 회장이었던 이모 씨가 장학재단을 설립해 5천만원은 운영비로, 나머지 7억5천만원은 상인 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장학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발기인 총회 당일 격한 반대활동을 벌이며 장학재단 설립이 무산됐다. 이후 남부시장 장상순 번영회장이 새로운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장을 맡았지만 상인들간 기금 활용에 대한 뜻을 모으지 못해 묶어두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시장 상인 K 씨는 "전통시장연합회 회의를 하면 몇몇 시장 대표들이 기금을 1/N로 나누자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기금을 어떻게 얼마나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연합회 구성원 외 다른 시장에서도 기금 일부를 요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주시전통시장연합회는 남부·단구·민속풍물·문막·북원·자유·중앙·중앙시민전통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시장 상인 T 씨는 "원주물류 측과 청정강원 측의 법적싸움이 끝나고 상생기금 문제가 어느정도 정리되면 전통시장 기금활용에 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각 시장간 상생기금을 더 확보하려고 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타단체도 상생기금 혜택 못누려

원주시슈퍼마켓협동조합은 1억5천만원으로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했었다. 아이스크림을 싼 값에 대량 매입해 조합원 슈퍼마켓에 공급했는데 적자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됐다. 현재 원주시슈퍼마켓협동조합은 활동이 미미해 중기청으로부터 휴면조합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원주시상가번영회는 AK플라자가 원주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현수막 등의 비용으로 3천만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상생기금으로 상인들이 혜택을 본 단체는 지역특화존에 물건을 납품한 극 소수 업체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상생기금 공적자금으로 관리해야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상생기금을 원주시나 중소기업청에서 공적자금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시장 상인 K 씨는 "지금도 대형마트 측에서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조건으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며 "돈 갖고 상인들 앞에서 장난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진출이나 의무휴업일 변경 등으로 대형유통업체가 상인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순간 갈등의 불씨가 되어 상인들간 반목만 일어났기 때문. 차라리 상생기금을 전통시장 주차장 조성처럼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사용하거나 지역상품권 발행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K 씨는 말했다. 또한 K 씨는 상생기금을 시장 상인이 아닌 지자체나 정부가 관리하면 지금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2012년 대형마트 반대 궐기대회 모습. 23억여원의 상생기금을 받았지만 혜택받은 상인은 전무하다.

경찰 "W물류 21억원 지원받아 모두 소진…누군가는 책임져야"

원주경찰서는 상생기금 소진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청정강원푸드는 대형마트 상생기금을 출자금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상생기금이 모조리 소진되자 깡통회사로 전락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 전 이사장이자 전 청정강원푸드 대표 L 씨가 사업자금을 혼자 유용한 것인지, 아니면 불가피하게 사업을 운용하다 상생기금이 바닥난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W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국·도·시비 21억원이 지원됐는데 물류조합 폐업이후 상당액이 회수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주시, 강원도, 중기청 공무원들의 잘못은 없었는지에 관해서도 조사중이다. 원주시는 W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총 21억원을 지원했지만 금융기관에 밀려 2순위로 근저당 설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시 관계자는 "은행에 돈을 대출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은행이 1순위가 되고 원주시가 2순위가 됐다"며 "중기청 매뉴얼대로 사업을 진행했고,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경찰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는 행정적인 것을 보는 것이고, 경찰 수사는 그 이면에 무엇인가 더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조사하는 것"이라며 "지원금 21억 중에 17억원 가량이 사라졌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자금 집행과정에서 공무원이 불가피한 사정이었고 누구라도 그렇게 할 상황이라면 책임을 면할 것"이라며 "중기청, 강원도, 원주시 공무원들에게 관련사항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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