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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시장의 주체'이다
2015년 04월 13일 (월) 송미선 전 원주소비자시민모임대표 wonjutoday@hanmail.net
   

지난 3년8개월 동안 소비자시민모임 원주지부 대표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그 단체는 무슨 일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럴 때는 간단하게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모든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사)소비자시민 모임은 1983년 전문적인 소비자운동을 하기 위해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으로 창립하여 '소비자의 단결,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식의약품 및 공산품 안전성 확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위한 감시,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 등 소비자운동을 해왔다.

소비자운동 1세대들은 소비자 권익이라는 개념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에게 권리를 일깨워주는 머릿돌 역할을 했다. 소비자 8대 권리 중 첫째는 안전할 권리이다. 2014년 대한민국 화두는 안전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30여년 일관해왔던 안전문제가 마치 새삼스러운 것 인양 가는 곳마다 안전에 관한 얘기였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깊이만큼 우리를 절망시키고 암담하게 만들었던 위기감, 그 위기감의 실체는 우리사회가 그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세월호사건을 지켜보면서 안전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씨줄과 날줄이 서로 질서정연하게 잘 짜여져 있을 때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며, 어느 한 줄도 썩은 동아줄이 섞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썩은 동아줄이 얽혀있는 한 건강한 네트워크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한사람은 약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 소비자단체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위한 감시활동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고 선택할 권리와 연결돼 있다. '소비자가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는 소비자시민모임의 오래된 슬로건이다.

1980년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며 '프로슈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프로슈머는 소비자가 제품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해 생산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시장에 나온 물건을 선택해 소비하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능동적 소비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심심찮게 프로슈머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다. 인터넷과 연결돼 소비패턴이 데이터화되고 생산과 마케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소비자운동이 컨슈머를 위한 활동이었다면 앞으로는 프로슈머를 위한 활동이 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운동과 소비의 종착지는 지속가능사회이다. 김민주 작가는 '세상을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에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집단 심리를 기반으로 '소비를 통해 소속감과 의식을 표현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물건' '남과 다른 나만의 것'처럼 자기중심 적이고 개성을 추구하는 개인 소비심리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에고를 만족시키기 위한 소비가 시장의 흐름을 바꾼다고 서술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개입돼야 할 것이다. 향후 소비자운동이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며 안전과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품앗이, 두레와 같은 공동체 의식이 우리들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안전이 나의 안전인 것처럼 자연과 내가 하나의 순환 고리 안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부터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첫발을 디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시민모임 대표직을 이임하던 날 집으로 꾸러미가 하나 배달되었다. 이것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먹거리공동체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격주마다 받게 될 농산물 꾸러미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주권사업의 일환으로 회비의 일부는 토종씨앗을 지키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에 사용한다. 2009년 가까운 횡성공동체에서 시작해 지금은 16개의 공동체로 성장했다. 내게로 오는 먹거리는 16공동체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배달되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공생의 관계로 묶어주는 이런 공동체가 늘어날수록 식량주권이 확고해진다. 이런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많은 분야에서 이와 같은 공동체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하므로 존재하는 호모 콘수무스는 공동체를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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