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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비즈니스 현장탐방: 강릉·횡성·춘천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사회적 경제 밑거름
2015년 04월 06일 (월)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 강릉 공정무역 카페 마카조은의 직원들이 커피를 만드는 모습.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서 마을 또는 조직 단위의 경제활동을 펼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마을발전을 도모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범주엔 여러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영농조합법인, 체험마을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선진지역으로 손꼽히는 원주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지학순 주교가 뿌리를 내린 생명사상과 협동조합 정신은 원주의 자랑이며, 이를 기점으로 조직된 여러 협동조합들은 오늘날까지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다.

그러나 원주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지역 내 12개 마을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됐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과 수익이 감소하거나 정체 중이다. 2010년부터 행정자치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마을기업의 경우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사회적 기업, 새농촌건설운동,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국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하는 사업들의 경우 예산 지원이 끝난 뒤에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해 난관에 봉착하는 곳도 있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대안을 모색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

원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역량을 끌어올릴 방법을 다함께 고민할 필가 있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대전지사의 지원을 받아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강릉, 횡성, 춘천을 방문해 도내 커뮤니티 비즈니스 우수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것이 무조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강릉 북동리 한울타리 마을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이장: 이갑수)에 위치한 한울타리 마을은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었던 마을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마을로 거듭났다.

한울타리 마을은 65가구, 122명이 살고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태백산이 찬 바람을 막아서 겨울에도 따뜻하며, 태백준령 만덕봉에서부터 시작된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른다.

그러나 지난 2002년과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마을이 초토화 됐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역의 피해가 심각했는데 한울타리 마을의 경우 전체 78가구 중 40여가구가 파손되고, 전체 농지 55㏊ 중 50㏊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본격화 하려던 새농촌건설운동도 포기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 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이갑수 이장은 "온 마을이 폐허가 됐지만 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주민들이 의지를 모았다"며 "이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서 새로운 마을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수혜복구를 통해 단결한 주민들은 점차 생동감을 되찾고 마을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전통 숲 복원사업과 마을 정비사업을 실시해 기틀을 다진 후 주민 협업체제로 친환경 농업을 본격화 하면서 마을특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우렁이쌀을 비롯해 표고버섯, 마늘, 산채류를 집중적으로 재배·육성함으로써 마을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2011년에는 농어촌공동체 회사를 설립하고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전환점을 맞았다. 또한 자체적으로 영농조합법인 '북동', 친환경농업 공동체 '흙애', 도예공방 '기요미' 등을 만들어 보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방치됐던 폐교도 주민들에 의해 '한울타리 영화마을'로 재탄생했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마을관광을 연계함으로서 수학여행이나 단체 캠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주민들은 또 '(주)커뮤니티워크'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조직해 각종 체험·수련활동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 2011년 북동마을엔 방문객 3천400여명이 찾아왔으며, 매출은 9천100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4천600명이 방문했고, 매출은 2억5천만원으로 뛰어오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울타리마을은 올해 4억2천만원, 2016년 6억원, 2017년 1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세우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릉 공정무역카페 마카조은

'커피축제'로 유명한 강릉시는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며, 저마다 특색있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가운데 강릉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눈길을 끈다. 예비사회적 기업 '마카조은(대표: 정광민)'은 강릉시의 새로운 커피문화를 이끌어가는 곳이다.

강릉지역 사투리인 '마카'는 '모두', '조은'은 '좋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바로 공정무역카페 마카조은을 찾는 이들에게 맛 좋은 커피를 판매하는 한편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계획에서 비롯됐다.

강릉시 용강동에 위치한 마카조은은 공정무역으로 공수해온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지역주민들이 줄을 잇는다. 별도 제조시설을 갖춰 OEM 방식으로 원두를 로스팅해 판매하며, 커피 티백, 설탕, 홍차, 계피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을 전개하고 카페 창업컨설팅도 해준다.

공정무역으로 커피를 제조·판매한다는 것에 대해서 강릉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마카조은과 거래를 하고 있는 업체는 약 50여곳이며, 서울,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 다양한 지역과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고용인원은 5명으로, 앞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일자리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광민 대표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력과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빛을 발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지역주민들과 공정무역 커피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횡성 지역순환영농조합법인 텃밭

횡성군 갑천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순환영농조합법인 '텃밭(대표: 윤종상)'은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꾸러미'로 공급하고 있다. 고향에 가면 어머니가 밑반찬이나 각종 먹을거리를 챙겨주듯이 영농조합법인 텃밭은 매주 1회씩 꾸러미에 찬거리를 담아 소비자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텃밭은 지난 2007년 횡성의 여성농업인 20명과 지역 단체회원 등 30명이 4천600여만원을 출자해 첫발을 내딛었다. 조합원들이 텃밭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농작물, 각종 가공식품 등을 공급함으로써 건강한 먹을거리 문화를 조성하고 소득을 창출하자는 취지였다.

영농조합법인 텃밭은 현재 70여가구에 꾸러미를 공급하고 있다. 원주·횡성권 주민들이 주요 소비층이며, 횡성을 벗어나 원주생협, 한살림 등에도 일부 식재료를 납품한다. 닭 1천여마리로부터 생산되는 유정란을 비롯해 콩나물, 두부가 주력 식재료이며, 겨울에는 절임배추나 메주도 판매한다.

이 밖에 꾸러미에는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과일, 곡물 등이 다양하게 포함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순환농업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두부를 만들고 버려지는 콩비지는 닭에게 먹이고, 화장실과 닭 사육장에서 배출되는 분뇨는 거름으로 사용한다.
 
   
▲ 강릉 북동리 한울타리 마을(왼쪽)은 폐교를 활용해 체험장 및 수련시설로 활용 중이며, 춘천 동네방네 협동조합(오른쪽)은 폐업한 여인숙을 리모델링해 게스트 하우스로 만들었다.

춘천 동네방네 협동조합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구도심 지역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춘천시의 대표적 구도심 지역인 근화동에는 오래된 여관과 여인숙이 즐비한 데 이 중 폐업한 여인숙이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해 춘천의 숙박·관광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점차 쇠퇴하고 있던 구도심에 빛을 밝혀준 이들은 다름 아닌 지역 청년들이었다. 한림대 졸업생인 조한솔(30) 대표 등 20대, 30대 젊은 청년 5명이 의기투합한 예비사회적 기업 '동네방네 협동조합'의 작품이다.

과거 버스터미널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고 경제사정이 좋았던 근화동 일대는 터미널 이전 후 공동화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이 일대에는 여관과 여인숙 20여개소가 운영 중인데 오가는 사람들이 뚝 끊기면서 폐업사례가 속출했다. 운영되는 업소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달셋방'으로 사용돼왔고, 일부는 성매매와 청소년 탈선으로 얼룩지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던 동네방네 협동조합이 문 닫은 여인숙을 임대한 뒤 '게스트하우스 봄엔'이라는 타이틀로 단장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청년 조합원들이 2년 동안 직접 공사를 진행했고, 작년 6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디자인 작업으로 탄생한 게스트하우스는 지역주민은 물론 외부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고 춘천을 대표하는 숙박업소로 발돋움 하고 있다.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2천67명이 방문했고 매출은 4천220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주변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봄엔 상품권'을 손님들에게 제공, 일정 금액을 해당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한솔 대표는 "낙후되어가는 구도심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이것은 우리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구도심 재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동네방네 협동조합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춘천 중앙시장 2층에는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카페를 조성해 현지 상인, 일반 손님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곳에선 상인들을 대상으로 차와 음료를 배달하기도 하고, 라디오 교육을 펼치고 있다. 또한 청춘공동체 모임, 동아리 활동 등도 전개하고 있다.
 
춘천 지역커뮤니티카페 쿱박스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에는 지역주민들이 생산·가공한 제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주민 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바로 지역커뮤니티 카페 '쿱박스'다.

협력과 협동조합을 뜻하는 'Cooperation'을 축약한 '쿱(Coop)'과 공간을 상징하는 '박스(Box)'를 결합시킨 곳이다. 이곳은 춘천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해 디자인과 마케팅 전문 예비사회적 기업인 (주)소박한 풍경, 지역활성화 컨설팅과 건축에 조예가 깊은 사회적 기업 (주)이장이 공동 설립한 커뮤니티 카페다.

작년 9월 문을 연 쿱박스에는 춘천은 물론 강원도 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민간단체, 작목반, 창작자 등의 제품을 진열·판매하고 있다. 진열장 한 박스는 월 사용료 2만원만 지불하면 의뢰 기업 또는 단체가 자유롭게 제품을 판매·홍보할 수 있다. 쿱박스 운영진은 진열된 제품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일을 대행하며, 판매금액의 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또한 쿱박스는 카페 내에서 종이접기, 쿠키만들기, 도자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강좌를 운영 중이며, '쿱박스DAY'나 '기획판매전' 등 정기적인 제품 마케팅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에는 춘천 김유정역 앞에서 '재미난 장터'라는 판매·체험행사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춘천지역 14개 협동조합이 동참한 이날 장터에서는 각 조합이 생산한 먹을거리를 비롯해 공예품, 의류, 액세서리 등을 선보였고, 목공예, 도자기 체험, 생태공예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실시했다. 이 행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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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북동리 한울타리 마을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수련시설 및 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좌). 춘천 동네방네 협동조합의 게스트하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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