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출신의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지난 2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축장 부지 매각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드라마 세트장 조성사업이 무산됐다. 원주시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사인 '뿌리깊은 나무들(주)'는 지난 24일 강원도를 방문해 원주 드라마 세트장 조성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다음날인 25일 드라마 세트장 조성과 관련해 원주시에 제출했던 인·허가 서류를 철회한다고 원주시에 통보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사가 부동산 투기꾼으로 매도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 2013년 6월 경 뿌리깊은 나무들(주)가 강원도에 드라마 세트장 조성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뿌리깊은 나무들(주)는 강원도와 협의를 거쳐 작년 7월 도유지인 반곡동 구 종축장 부지 6만여㎡에 실내·야외세트장을 짓겠다며 20년간 대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3개월 후 3만2천600여㎡를 매입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강원도의회에서 매각을 반대하자 3만여㎡는 유상 임대해 야외세트장을 건립하고, 본사 사옥과 관리동 신축에 필요한 4천800여㎡는 매각할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주 출신의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지난 2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와 원주시가 매각하려는 부지는 종축장 부지 중 재산가치가 가장 높은 대로변 땅"이라며 "이를두고 전형적인 알박기 시도로 보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변에 고층아파트와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는데다 이곳으로 이전 예정인 원주소방서에서 수시로 사이렌 소리가 들릴 것이기 때문에 사극 촬영에는 최악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드라마 세트장 건립은 환영하지만 부동산 투기의혹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매각보다는 임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주시는 종축장 부지 매각이 특혜라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맞섰다. 종축장 부지가 1종 주거지역이어서 건축행위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지가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배후도시로서 드라마 세트장은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학과가 있는 상지대 등 대학과 연계한 영상산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가시지 않고 계속 회자되면서 결국 드라마 제작사에서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반곡동·소초면 주민들 '허탈'

드라마 세트장 조성사업은 여·야 정치권 및 지역 간 갈등구조로 확대되면서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새누리당 도의원들도 종축장 부지 매각을 반대한 것이지, 드라마 세트장 유치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소초면 치악산 드림랜드에 드라마 세트장을 조성할 것을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반곡동 드라마단지 조성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에 나섰던 반곡동 일부 주민들과 치악산 드림랜드에 드라마 세트장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초면 주민들도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겪으며 종축장 및 오는 10월 강원도로 반환되는 치악산 드림랜드에 대한 활용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교훈은 남겼다.

종축장 부지는 혁신도시와 인접한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원주소방서 신축을 제외한 다른 활용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종축장 인근 주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드라마 세트장 조성사업에 매달렸다고 한 주민은 토로했다.

치악산 드림랜드도 1996년 개장 이후 초창기에만 인근에 파급효과가 나타났을 뿐 이후 줄곧 침체기였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강원도와 원주시에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