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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자수공예가 김기순 씨, 도내 유일 전통 자수공예가
궁중수 명장 이현향 선생 사사
2015년 03월 09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전통자수 공예가 김기순(54) 씨. 일산동 아파트 거실을 겸한 그녀의 작업실은 색색의 실과 매듭, 그리고 작업 중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요청에 "어수선하다"며 거듭 거절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실이며 매듭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는 공간인데도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묻어난다. 김 씨는 이 거실에 앉아서 수를 놓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고운 한복차림이다. 조선시대 관(官)에서 수를 놓는 장인을 '화아장(花兒匠)'이라 했던가? 고운 차림으로 한땀 한땀 수를 놓는 그녀의 손 끝에서 어여쁜 꽃들이 만개한다.

취미로 자수를 놓거나 매듭공예를 익히는 이들은 많지만 전문적으로 전통자수와 매듭의 기능을 잇고 있는 이는 도내에서 그녀가 유일하다.

김 씨에게 자수는 공예이면서 철저하게 자신의 세계를 구현하는 예술작품이다. 10여년간 문화의집, 시민문화센터, 역사박물관 등에서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개인적으로 제자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작업은 늘 혼자 한다. 따로 공방도 없다. 집에서, 그것도 아파트 거실이 그녀의 작업 공간이다.

규방공예 중에서도 매듭을 꼬거나 수를 놓는 장식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꼼꼼함과 세련된 표현이 요구된다. 흉배나 활옷 등 격식을 차리는 의례용 옷부터 병풍, 주머니, 보자기, 노리개, 안경집, 가구 등 일상 물품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자수는 인내의 산물이다. 작은 문양을 하나 놓는데도 보통 2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김 씨가 지난해 원주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쌍학무늬흉배'의 경우 하루 여덟시간씩 꼬박 두 달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선 제대로 된 작품을 쓸 수 없다'는 고 박경리 선생의 조언을 기억하는 그녀는 "자수와 매듭을 손에 잡은 지난 세월은 하나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노고가 아우러진 그녀의 작품에는 말 그대로 옛 궁중수의 품격과 고아함이 풍겨난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외국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연한 일이나 국내외 교류전 및 초대전에 그녀의 작품이 즐겨 초청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0대 초반 잠시 수출용 자수를 업으로 했던 김 씨가 전통공예에 눈을 뜬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김윤희, 차명순 선생 등으로부터 매듭공예를 사사하고 노희옥 선생 밑에서 규방공예를 익혔다.

또 대한민국 기술전수자(망수) 이영애 선생을 찾아 매듭과 전통 수술, 후수를 공부했다. 그녀의 솜씨를 눈여겨 본 지인의 소개로 대한민국 궁중수 명장 고 이현향(1925~2014) 선생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고인은 87년 원주에 정착해 지난해 타계할 때까지 자수 전승을 위해 힘쓴 인물로 88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의뢰받아 자수오륜기를 제작하는 등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명사다.

94년 국내 최초로 궁중수 명장에 올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10년간 이 선생 문하에서 궁중자수를 익힌 김 씨는 지난해 선생 타계 이후 200여점의 도안자료를 모두 물려받았을 만큼 고인과 유족이 인정하는 유일한 제자이기도 하다.

최근 그녀가 심혈을 기울이는 작품이 있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비의 문양을 전통 자수로 옮기는 작업이다. 몇해 전 한성백제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백제시대 문양을 자수로 놓으면서 "내가 가진 능력으로 원주를 다른 지역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는 그녀는 우연히 역사박물관에서 접한 지광국사현묘탑비를 보고 한 눈에 매료됐다고 했다.

문양만으로 색을 하나 하나 만들어야 하고 완성까지 3~5년이 예상되는 어려운 작업이기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박종수 현 원주시 문화재담당과 이동진 역사박물관장 등 주위의 격려와 응원이 힘이 됐다. 무엇보다 원주에서 공예가로 활동하면서 받은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결심을 하게된 이유다.

자수를 "내 인생이자 즐길 수 있는 친구"라고 표현하는 김 씨는 "앞으로 내가 어느 경지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즐기고 싶다"면서 "스승(이현향 선생)이 생전 골무 1천개를 만들었던 것처럼 1천여개의 작품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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