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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정과 사회적 영성을 위해
2015년 02월 23일 (월) 국충국 성공회 원주교회 사제 역임 wonjutoday@hanmail.net
   

'내 길'에서 조금 비켜서서 '우리의 길'을 생각할 때

새로운 세상이 오게 될 것이고 내 아픔도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이념 자체가 공감에 의한 변화를 추구하기에 어쩌면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과시가 되고, 과잉이 되어 오히려 사회의 퇴보를 가져오는 경향도 생겨나는 듯하다.

언젠가 '부자되세요'라는 광고카피가 크게 회자되면서 너도나도 인사말로 '부자되세요'를 즐겨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말 뒤에는 누구나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깔려 있다. 그리고 무수한 자기계발서와 성공신화는 '네가 변해야 성공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네 문제이다.'라며 경쟁을 부추기고 낙오자의 손을 잡아주는데 인색하게 만들었다.

시대와 사회를 비판했던 대학은 스팩을 쌓아 자기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장소로 전락했다. 자연스럽게 정치도 분배 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 더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누구나 부자가 되는 세상'은 오지 않으며, 몇몇 성공신화의 그늘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한숨이 한 가득임을 눈치 채고 있다. 대기업이 덩치가 커질수록 낙수효과는커녕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일자리는 줄어들어 골목에 치킨집 피자집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제 돌아보자. 우리가 '부자되세요'라고 말할 때 부끄럽게도 '어떻게든 부자만 되면 된다'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욕망에 사로잡혀 살도록 양심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그런 부자가 아니라 착한 부자가 되어야 하고, 그저 그런 지식인이 아니라 참된 지식인이 되어야 하고, 그저 그런 정치인이 아니라 99%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우리가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탓할 마음은 없다. 그러기엔 우리는 이제 너무 지쳐있다. 실패한 사람들의 자살 소식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나도 이 경쟁 속에서 낙오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고 몸서리를 친다.

우리는 치료받아야 할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지치고 아픈 우리에게 성서 한 구절을 읽어주고 싶다.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여 들으십시오. 이제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살고, 슬픔이 있는 사람은 슬픔이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기쁜 일이 있는 사람은 기쁜 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물건을 산 사람은 그 물건이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세상과 거래를 하는 사람은 세상과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고린7:29-31)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믿었던 바울로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부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자기부정은 마치 수도자가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키지만,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과 같다.

내 중심의 사고에서 조금 비켜서서 차분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가족주의에서 비켜서면 가족 없는 사람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내 슬픔에서 비켜서면 정말 슬퍼하는 자들이 비로소 보이게 될 것이다.

내 기쁨에서 비켜서야 다른 이들의 기쁨이 보일 것이다. 움켜 쥔 물건을 내려놓으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보일 것이다. 거래를 내려놓으면 상대방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배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냐하면 이 세상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 길'에서 조금 비켜서서 '우리의 길'을 생각할 때 새로운 세상이 오게 될 것이고 내 아픔도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길'을 찾기 위해 '나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 나는 이것을 '사회적 영성'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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