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을 펼쳐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교직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 이민성 기자)

졸업생·학부모도 전단지 들어 올리며 동참

사학비리로 퇴출됐던 김문기 상지대 총장이 21년만에 복귀한 뒤 처음으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김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일부 재학생들과 졸업생, 학부모까지 시위에 동참하거나 옹호하며 단상에 선 김 총장을 마주했다.

지난 13일 상지대학교 체육관에서 오후2시부터 열린 제38회 학사학위 수여식 및 대학원 석·박사학위 수여식에서 김 총장이 학위수여 식사를 낭독하자 시위가 시작됐다. 2층에 위치해 있던 학생들은 '선배님들의 노고를 이어받아 상지대에서 김문기를 퇴출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문기가 주는 졸업장을 받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 3개를 펼쳐들었다.

이어 "사학비리 전과자 김문기는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구호를 함께 외치거나 김 총장을 향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곳곳에 배치돼 있던 교직원들에 의해 시위가 저지당하자 학생들은 1층과 2층에서 '김문기는 사퇴하라'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뿌렸으며, 전단지를 미리 받은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손에 든 전단지를 단상을 향해 올려 들었다.

상장을 수여받은 한 졸업생은 김 총장이 건낸 악수를 거절했으며, 또 다른 졸업생은 시위에 동참하며 "김 총장을 사퇴시키지 못하고 졸업하게 돼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아 졸업을 하지 못한 윤명식 전 총학생회장은 학위 수여식 당일 체육관 앞에서 졸업가운을 빌려 입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를 주도한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등 마찰을 빚으며 학위수여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종완 총학생회장은 "소란을 피우지 않는 방향으로 시위를 벌이려고 했으나 교직원들이 무력을 행사하거나 학생들 몸에서 전단지를 양해의 말도 없이 뜯어내는 등 행동을 벌였다"면서 "식장 안과 출입문 앞에서 학위수여식을 어수선하게 한 점을 학부모님들과 졸업생들에게 사과했고 오히려 격려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총장은 이례적으로 학위수여식에 직원 대부분을 참석하도록 해 인력 배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학위수여식 인력 배치'라는 제목의 문서를 통해 체육관 정문에 30여명, 보조출입문 통제에 7명, 체육관 관중석 및 2,3층 복도에 40여명을 투입 시켰다. 직접적인 행사 운영 및 주차 관리 등을 제외하고 70명이 넘는 교직원을 배치한 것이다. 또한 '상황 발생시 사진 촬영 및 동영상 녹화할 것', '당일 행사시작은 오후2시이오니 인력배치는 오후 1시까지 완료할 것'등 중점사항을 적었다.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이렇게 졸업식을 치르게 된 학생들도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학교를 바로잡겠다고 싸워야할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부모들 입장에서도 이렇게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 학교가 걱정스럽기 때문에 학생들의 요구대로 총장이 퇴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