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배달에 앞서 도시락을 싸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위탁기관들, 매주 1∼3회 도시락 배달
원주시, 올 하반기부터 주5회 배달요구

원주시가 저소득 재가노인을 위한 식사배달사업을 위탁한 기관에 무리한 자원봉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복지관 및 노인복지센터 등 9개 기관이 원주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노인 400명에게 평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기관 규모에 따라 20명에서 많게는 80명까지 배달한다. 원주시는 한 끼 당 식대 2천500원과 유류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조리 및 배달인력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활용하도록 했다.

현재 위탁기관들은 매주 1회에서 많게는 3회까지 도시락을 배달하는데, 원주시는 상반기 중 모든 위탁기관이 최소 주 2∼3회, 하반기에는 주 5회 배달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도시락을 배달하며 독거노인 안부를 체크할 수 있고, 신선한 식사를 배달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위탁기관들의 운영여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초래하고 있다.

배달 횟수를 늘리라고 했지만 예산 총액은 2억7천2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고작 200만원 늘었다. 일부 위탁기관의 경우 봉사자 및 유류비가 부족해 주 2회 이상 방문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면지역을 맡은 기관의 경우 원거리를 배달해야 하는데다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류비가 빠듯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횟수를 늘릴 것을 요구받자 반발하고 있는 것.

A기관 관계자는 "방문 횟수를 늘리면서 부족한 유류비를 봉사자들이 일부 부담했다"면서 "도시락 배달은 봉사자들에게 결코 만만한 봉사가 아닌데 유류비까지 감당하도록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B기관 관계자도 "배달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봉사자도 충원해야 하는데 유류비마저 기관이나 봉사자가 걱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원방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시락은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재 주 2~3회 배달하는 경우 대상자가 병원을 가는 등 외출로 도시락통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다음 배달에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대상자 중에는 매일 방문한다면 배달 시간을 맞춰 기다리는 게 불편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한 반찬 위주로 며칠분량을 지원했던 것에서 밥과 국을 추가해 한 끼 식사를 제공하도록 권장한 부분도 실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점심만 지원하는 것이므로 아침과 저녁 식사를 위해 밥을 짓는 경우가 많고, 대상자 중에는 쌀을 지원받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2천500원으로 밥과 국, 반찬을 괜찮게 만드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어 쌀 후원을 걱정하는 기관도 있다.

이처럼 운영상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기관이 원주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처지라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는 운영하기 힘들면 위탁을 포기하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모 기관 관계자는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운영이 지속될 경우 수혜자가 받는 지원의 질적 저하는 불 보듯 훤하다.

한 사회복지사는 "수혜자가 원하는 방법과 직접 운영하는 기관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유류비와 식대는 현실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대상자 선정도 원주시에서 하고 있는데 위탁기관을 통해 실사를 거쳐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어르신 중에도 손이 불편하거나 특히 식사를 조리해 먹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을 우선 선정해야 하고 잔존능력이 있는 어르신들은 다른 방면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운영 방법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확인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