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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사회
2015년 02월 09일 (월) 이상훈 무위당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불과 멀지 않게 거슬러가 보면 우리들은 그랬다. 동네에 경사가 있는 집은 지나가던 걸인들에게도 식사를 대접했다.

분주히 음식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고, 경사가 났으니 와서 그 즐거움을 같이 나누자고 했다. 그래서 우물가에선 막 잡은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마당 천막아래 한 구석엔 전을 부치는 옆집 아주머니부터 식은 밥이라도 물에 말아먹고 가는 걸인들로 북적거렸다.

또 어떤 집에 상이 나면 온 동네가 초상이었다. 물론 함께 알고 지내던 이가 죽었으니 당연히 슬픈 일이지만 혹여 즐거운 일이 생겨도 그 웃음소리가 담 넘어 초상집에 들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게다가 죽은 이가 누구의 자식이었다 하면 그 집안의 아비나 어미가 받을 상처 때문에 초상난 집안 일을 대신해 주고 도와줬다.

이런 몸가짐은 누가 무엇을 알려주고 말고 할 것이 아니다. 조금만 사려 깊게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일이다. 경사가 났을 땐 같이 웃어주고, 애사가 났을 때 슬픔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 알려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인 것이다. 이를 모르는 무례한 사람들은 마을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기 마련이었다.

한 가지 생각해 보자. 마을에 누구 자식이 죽었다. 그 집안 아비나 어미 모두 죽은 자식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클 것이다. 세상의 가장 큰 불효가 부모보다 먼저 가는 일이고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얼굴을 세우지 않았다. 게다가 억울하게 죽은 자식이라고 하면 그 분함을 풀기 위해 할 수 있은 일을 다할 것이다.

직장도 팽개치고 죽운 자식의 한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언론지상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여기에 누가 하라 마라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힘들어 하는 그들을 위해 음식을 챙기고 도울 것을 찾아 고단함을 나누려 할 것이다.

그 부모들이 하소연 하면 들어주고 마음의 상처가 빨리 낫기를 바랄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 준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가 난 사람은 누가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함께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다.

강원감영 앞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원주대책모임의 홍보물들이 있다. 한 달 전에는 원주시민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작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어떤 글귀에선 죽은 이들의 극락왕생을 빌기도 하고 어떤 글에선 손놓고 TV만 봐야 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글도 있었다. 또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을 원하는 글귀도 있었다. 어림잡아 100장이 넘는 노란펼침막이다.

원주대책모임 사람들은 유족은 아니지만 슬픔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직접 가슴 아픈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자기 자식들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그 슬픔을 같이 나누는 사람들이다.

그 배에 내 자식이 탔었다면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대책위에 함께하진 않아도 그 마음만은 같을 것이라 본다. 그 마음이 노란펼침막에 검은 활자로 박혀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이 노란펼침막이 없어졌다. 서북청년단재건위 누군가가 인증샷까지 찍어가면서 펼침막을 걷어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엔 이 펼침막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슴 아파하는 이들의 정성을 함부로 한다면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슬픔을 같이 나누진 못해도 그냥 말을 들어준다든지, 아니면 이들의 슬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침묵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안타깝다. 유아기적 소영웅주의에 빠져 자신이 반인륜적 행동을 한 것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은 그 상처를 드러내 이야기하게 함으로 치유할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당사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상처가 있는 것을 모른 척 덮으려하고 아닌척하면 그 상처는 더 곪는다.

서북청년단인가 하는 단체는 미국의 KKK와 같이 40~50년대 백색테러를 자행했던 단체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대부분이 존경하는 인물이 백범 김구이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백범일지이다. 그는 우리 근대사에 우뚝 선 분이다.

그런 그를 암살했던 안두희란 작자도 이곳 단원이었다. 인터넷에 잠깐만 검색해 봐도 이들의 천인공로 할 짓은 쉽게 찾아진다. 멀지않은 역사도 모른다면 참으로 가망 없는 일이다. 생명의 도시 우리 원주에 이런 이가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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