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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2015년 02월 02일 (월) 임상오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최근의 연말정산 파동은 '줄어든 조세수입을 보충하는데 봉급생활자만이 그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증세 없는 복지'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정책 프레임(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2013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본격화된 우리의 복지 정책이 '보편적 복지'인가 '선별적 복지'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러한 질문은 경제 규모에 비해 국내의 복지 수준이 열악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2013년 기준으로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는 9.8%인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은 22.1%이다.

종합할 때, 국내의 열악한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복지 프로그램(기초연금·무상 보육·무상 급식·대학생을 위한 반값 등록금 등)의 도입·실시가 정부와 정치권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하는 복지 재원(134조8천억 원)을 '증세 없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다.

그러면, 정부는 복지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려고 했을까?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세출절감(84조원), 지하경제 양성화(27조원), 비과세·감면(18조원) 등이다.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의 근거가 여기서 발견된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세출은 늘어났고, 지하경제는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비과세·감면 조치 역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를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수 부족'이 가시화되었고, 2014년 한 해만으로도 그 규모가 1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경비(세출)가 하방경직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어떤 국가가 경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국가 슬로건의 공유와 함께 구성원(공직자와 정치가와 국민) 모두가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지도층의 높은 도덕성과 솔선수범 및 정보의 공개가 필수적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여·야 모두)은 '증세 없는 복지'가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시인해야만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에게 '복지=공짜'라는 인식을 심었을 뿐 아니라 일부 과도한 무상 복지 프로그램의 조급한 공급은 비효율적 낭비를 초래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재정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무차별적 복지' 프로그램을 개혁할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복지개혁' 역시 증세라는 논의구조 속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원칙'(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에서 벗어난 정부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복지는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복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다. 우리 앞에는 얼마의 세금을, 누가 더 부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세율)가 근로소득(세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봉급생활자만의 조정으로 복지재원이 조달될 수 있을 것인가? 담배소비세인상 등, 저소득계층이 주로 부담하는 재원조달방식이 조세의 공평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대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법인세의 인하 조치가 사내유보금만을 늘릴 때, 법인세율 인하의 정책적 시효는 사라진 것이 아닌가? 복지재원을 둘러싼 정책수단들의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과학적·공개적으로 진행되지 않고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작동되기 어렵다. 증세는 깃털을 아프지 않게 뽑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적 희생을 공유하는 지혜의 산출과정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복지는 증세를 수반한다.' 세금(tax)은 더 이상 국민의 '의무'(duty)가 아닌 국가 공동체를 위한 '자발적 협찬'(liability)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재정을 알면 국가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했다.'국민이 공감하는 증세'를 디자인(집행)하는 정부의 능력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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