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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 상임이사직에 바란다
2015년 02월 02일 (월) 김진열 생활그림발전소 소장 wonjutoday@hanmail.net
   

'원주문화비전 2020'은 2014년 시작하여 2020년에 마무리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지역의 예술과 문화의 전망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제시하고 밑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진정한 지자체의 정착을 의미한다. 예술문화정책의 확립은 지방자치 제도의 정신적 독립성 확립과 정체성을 창안해나가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당국의 의지와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예술문화계에서는 원주문화재단 상임이사 직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곧추 세우고 있다. 주제 넘는 일일지언정 이참에 지역 예술인의 입장에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어 문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어떤 전력의 인사가 내정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정치권을 달구는 화제이기도 하지만 공인의 경우 대개 귀를 열고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된다.

예술과 문화 관련 출신 인사의 경우, 자신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가치관에 갇혀있어 보편성의 안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시다시피 자기 시각에 대한 고집과 개성의 심화를 추구하며 살아 온 생애가 예술가이다.

교수를 비롯한 교육자 출신은 자기의 전공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권위적인 사람들이다. 합리성을 추구하되 자기는 제외해 놓고 논하는 처신이 허다하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기업 출신은 행정적 기술력에 너무 의존하며 관행의 틀에 내향적이서 너무 안이하다.

물론 공직의 본분을 충분히 체화시키며 살아온 위인이라면 그 경험은 보편성을 넘나드는 경지일 것이다. 출신 성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린 귀와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적 호기심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문화를 생각할 때 나는 동네 어귀를 지키는 나무를 떠올린다. 거창한 '반계리 은행나무'야 제쳐놓고 원주역 뒤 정지뜰 신참 느티나무를 생각해 본다.

신출내기라 보잘 것 없는 품새이지만 제법 낡은 벤치까지 거느리는 폼이 만만치 않다. 한적하게 걷다보면 뭇 새들이 열렬히 지저귀며 회의 장소로 즐겨 이용하고, 목청을 돋우는 매미와 참새들의 전국노래자랑이 펼쳐지는 무대란 것을 알 수 있다.

온갖 게으른 벌레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고마운 쉼터이다. 문화란 그런 것이 아닐까. 느티나무가 있어도 없어도 산다.

그러나 그 나무는 민생의 무거움과 피로를 녹여주며 의욕과 희망을 안겨주는 고요를 껴안고 우리들의 분주한 삶을 먼발치서 하염없이 지켜준다. 치악 하늘의 무구한 풍광과 사시사철 파노라마를 포착하며 젊은 느티나무는 정지뜰의 풍경을 건강하게 지킨다.

가을 날 오후 그늘아래 의자에서 두 노인이 정담을 나누는 그림이 좋아 나는 자청하여 서툰 '사철가'를 선사했다. '목청은 괜찮다'는 반응에 함께 웃었던 일을 기억한다. 느티나무 덕에 삶의 피로를 향기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지나치게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과 문화는 졸열하고 갑갑하다.

다시 마무리 하자면, 열린 귀와 문화적 호기심의 소유자는 자신을 진실로 비울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성공적인 오늘을 안겨준 경험과 고집을 비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문화는 '평범' 속에 숨어있다.

시민의 소소한 행복의 가치와 낮고 높은 삶의 욕구를 이해하는 사람, 시민들의 표정을 예술과 문화로 훤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다.

우리가 바라는 문화재단의 상임이사직은 '자신을 비울 때 곧 원주의 예술과 문화의 역량이 채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활용해야하는 그릇-상임이사는 빈 그릇이다. 채워진 그릇은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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