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가 피해아동 부모에게 보낸 문자내용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태장동 S어린이집에 대한 경찰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피해아동 부모들이 해당 교사와 원장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보육교사 A(41, 여) 씨는 지난달 15일 허락 없이 친구에게 떡을 건네 줬다는 이유로 B(4) 군과 C(4) 군의 머리를 수차례 때린 것과 함께 다른 아동들도 얼굴과 머리 등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원주경찰서가 지난달 19일 아동학대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 군의 부모가 A 씨로부터 협박 문자를 받아 추가적 논란이 일고 있다.

A 씨가 지난달 24일, 피해아동 부모로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증거를 제출한 B 군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B 군의 어머니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억울함에 인터넷 카페 토닥토닥원주맘을 통해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문자 내용에 따르면 "행정소송 및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소송 시 증거자료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아시겠죠?"라면서 "제가 조용히 가만히 있는 이유도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라고 덧붙였다.

또한 "원주시어린이집연합회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며, 소문이 다 났으니 현재 피해아동으로 알려진 아이들을 예뻐하고 받아줄 어린이집과 선생님은 얼마나 있겠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 군 어머니는 "이런 문자를 받아서 너무 황당하면서도 혹시 앞으로 정말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 걱정이 되고 겁이 난다"며, "정말 어린이집연합회를 통해서 원장님들과 선생님들이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안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어린이집연합회가 그런 힘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연합회 차원에서는 원장님들이 원을 돌아보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주시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시청에서 아동학대 방지 및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보육교직원 자정결의대회를 열었다.

"머리 때리고 귀 잡아당기기… 수시로 체벌"

직장생활을 하는 B 군 어머니를 대신해 B 군을 주로 돌보는 B 군의 친할머니는 지난해 우연히 심하게 소리치며 아이를 혼내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때문에 평소 A 씨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있었으나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다.

사건 당일에도 아이가 심하게 울면서 머리를 맞았다고 호소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지나칠 뻔 했다. B 군의 할머니에게 B 군이 집에 돌아왔는데 많이 울고 있다는 연락과 동시에 A 씨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집에가기 전에 조금 혼이났다며 별일 아니니 안심하란 내용의 전화였다.

B 군의 어머니는 "여섯 살 정도 아이들이면 충분히 표현력이 있는데 그냥 꿀밤을 때려 훈계한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여져 문제를 지적했다"며 "그러나 잘못을 바로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계속 부인하고, 회피하는 태도에서 너무나 실망하고 속이 상했다"라고 말했다.

경찰 신고 역시 아동학대범죄로 신고가 접수된 것이 아니라 A 씨와 원장이 나중에서야 잘못을 인정하고 B 군의 집으로 찾아와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주거침입으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식의 사과를 바란 것이 아니기 때문에 B 군의 가족이 나가줄 것을 요구했지만 버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아동학대로 여겨지는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지 묻고, 상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번 사건뿐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 아이들이 맞거나 심한 벌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공통적으로 한 얘기는 "선생님은 요술 눈과 요술 귀를 가져서 집에서 엄마아빠와 하는 얘기도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부모들이 거짓말이라고 수차례 설명하고 설득한 뒤 귓속말로 대화를 시도하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로 남자아이들은 머리를 맞았다는 얘길 했고, 여자아이들은 귀를 잡아당기거나 입을 맞았다고 털어놨다. 말을 듣지 않으면복도에 나가 무릎 꿇고 손들고 벌을 받는 내용, 청소하는 동안에도 동일한 자세로 벌을 받으며 기다렸다는 얘기, 밥을 늦게 먹으면 식판을 들고 벌을 받고, 율동을 틀린 아이들이 수차례 맞은 얘기 등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한 내용이라고 부모들은 설명했다.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크게 소리치며 아이를 혼내는 것을 목격한 부모도 있었으며, 어른들이 소리를 치고 싸우는 소리인 줄 알았을 만큼 놀랐다고 설명했다.

피해아동 D(4) 양은 언어발달이 또래보다 더뎌 부모 걱정이 컸는데 지난해 학기 초 A 씨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줘 D 양의 부모가 A 씨를 많이 의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D 양의 귀가 혈관이 터진 것처럼 붉은 점들이 올라와 빨개진 채로 귀가했고, 아무리 물어도 말을 하지 않다가 수차례 되물으니 입모양으로 속삭이며 "선생님"이라고 말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D 양은 곧바로 "그런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반복해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에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전하는 영상메시지를 만들었는데 해당 영상에서도 A 씨의 부적절한 발언이 담겨있어 D 양의 부모가 상처를 입었다.

영상에서 D 양이 또래보다 언어표현이 명확하지 못했는데 영상 끝 부분에 A 씨가 "됐어 됐어, 니 수준이 거기까지다"라는 말을 한 것이 함께 녹음된 것이었다. D 양의 어머니는 영상을 본 뒤에도 따지지 못하고 댓글을 통해 발언을 지적하자 즉시 전화가 왔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자신의 잘못은 회피한 채 "원장이 해당 영상은 다른 부모들도 함께 본다는 점에서 D 양이 뒤쳐진다는 것이 비교돼 속상하실 거라고 배려해주셔서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설명한 뒤 곧 바로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D 양의 부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렵게 아이를 설득한 끝에 아이가 힘들게 입을 열었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고 선생님이 너무 무섭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며 "요술 귀를 가진 선생님이 모두 듣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가면 또 혼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D 양의 심리 상담을 진행한 결과 부모의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로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과 부모 모두 아이에게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만큼 억압 받고 있으며, 또래에 쉽게 나타나기 어려운 우울감 증세도 나타나 장기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D 양의 어머니는 "상담을 받아보니 아이가 그동안 말로만 표현하지 못했지 온몸으로, 행동으로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는데 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할 뿐이다"며 "직장을 휴직하거나 그만두고서라도 아이의 심리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4) 양의 아버지도 지난해 9월 아이가 윗입술이 빨갛게 부어 올라서 집에 돌아왔던 사건을 털어놨다. 아이는 아무리 물어도 왜 그런지 대답하지 않았고, A 씨 역시 모르겠다고 답변했으나 추후 입술을 밀었다고 인정했으며, 아이는 입술을 맞은 적이 두 번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지난달 15일 사건이 발생된 후 원장이 다른 반 아이들의 부모를 어린이집으로 모이게 해 별일이 아니니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내라고 설명한 부분을 지적했다. 마치 피해아동 부모들이 예민하게 반응해 사건을 키운 것으로 해석했다는 주장이다.

E 양 아버지는 "결국 다른 반 부모 대부분이 정말 우리가 예민해서 이런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힘을 내시고 고비를 잘 넘기라고 원장을 위로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부모 입장에서 만약 자신의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다"고 심경을 말했다.

이어 "상처가 심하게 남고 폭행의 수위가 심각해야지만 학대로 생각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육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아온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그런데 복도에서 벌을 세우거나 소리치고 혼내는 일 등을 비롯해 원장이 모를 수가 없는 사건이 많았는데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답변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CCTV가 없다고 해도 제대로 수사해서 솜방망이 처벌로 그쳐 이런 식의 학대가 여전히 반복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아동 부모들은 "애초에 부모들이 바란 것은 교사나 원장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일을 못하게 하고 어린이집 문을 닫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고,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악의를 품고 그렇게 할 부모가 세상에 어디있겠냐"며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시정하길 바란 것인데 발뺌하고 오히려 피해아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부모들이 예민하단 식으로 몰아가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하니까 철저한 조사로 엄중 처벌해서 이런 일이 근절되길 바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부분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으면 여전히 유사한 아동학대가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중요한 시기에 정서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시청에서 아동학대 방지 및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보육교직원 자정결의대회를 열었다. 아동학대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고, 지역사회가 안심하는 보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면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허경옥 원주시어린이집연합회장은 "학대행위가 일어나는 등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많은 보육교사들까지도 요즘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점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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