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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해희망
2015년 01월 19일 (월) 정유선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wonjutoday@hanmail.net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스무날이 지나간다. 새해가 되면 뭔가 희망에 차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설레야 하는데 올해는 새해가 밝았는지, 봄이 오고는 있는지, 스산하기만 하다.

춥지 않은 겨울이 될 것이라던 기상청의 발표와는 달리 올겨울 추위는 유난히 뼛속을 파고든다. 새해벽두부터 노동자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도 죄다 거리와 고공에서 추위와 싸워가며 농성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는 데 대통령은 신년인사에서 본인의 잘못도 청와대의 잘못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을 꾸짖고 있으니 어찌 새해라고 희망과 기쁨이 있겠나, 오직 비관과 실망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 삶을 걱정하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고 소통하며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권력암투로 정신이 없고 대통령마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니 엉뚱한 인사들이 설치는 상황이다.

원주에서도 며칠 전 감영 앞에 설치되어있던 세월호농성장의 현수막과 노란리본, 시민들의 소원지가 서북청년단을 자처하는 한 남성에 의해 무참히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남성은 시민들이 붙인 현수막을 훼손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녹화하여 영상을 자랑스레 유투브에 올리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SNS에는 자신이 원주를 깨끗하게 청소했다며 후원금계좌까지 밝히며 후원모금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어린학생들이 수 백 명 차디찬 바닷속에서 죽었고, 그래서 그 죽음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그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절대로 세월호의 학생들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모아 시민들이 붙인 현수막이었다.

그 현수막을 단 사람들 중에는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의 학생도 있었고, 더 어린 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보수우익을 자처한다 해도 어떻게 그런 현수막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훼손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랑까지 할 수 있는 걸까?

이 사건은 정 모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저런 비상식이 용납되고 오히려 일베를 자처하는 이들의 천인공노할 짓들이 부추겨지고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국가나 사회는 당연히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런 다름을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로가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고, 서로 절충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다.

그렇게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 가치관이나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더라도 인간 존엄에 대한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죽은 원인을 밝히고자 굶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잔치판을 벌리거나 그런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현수막을 훼손하고 낄낄거리는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되어서는 안된다.

나의 의견이 옳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한 인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런 막무가내의 행동들을 묵인하고 이용하기까지 하니 사회가 점점 상식이 없는 불통의 모습을 띄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추운겨울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해 고공에서 몇 백일씩 농성을 하고, 차디찬 길바닥에 오체투지로 엎드려 밤을 보내는데 책임자들은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들의 투쟁의 방법은 점점 더 극단으로 내몰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폭력에 무뎌져 간다.

경기가 점점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고 한다. 앞으로 몇 년간 더 나아질 가망이 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도무지 새해라는 희망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경제력은 세계 십몇위라는데 국민의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활고로 자살을 하는 이상한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지금 우리에겐 상식적이고 국민의 말을 들어주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2015년, 내일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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