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80% 증가

최근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원아 폭행 사건이 전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원주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3년 50대 돌보미가 17개월 된 아이를 폭행해 장애를 갖게 한 '서연이 사건' 이다. 당시 학대행위자 정 씨는 지난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원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임진묵)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200건에 달했다. 2013년 111건에 비해 두배 가량 증가했다.

아동학대가 더 많았다기 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지난해 9월 발효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에 따라 신고전화(1577-1391) 를 경찰(112)로 통합한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특례법 시행 후 3개월간 집계한 신고건수 역시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증가했다.
　
보호자 아동학대 90%

신고건수는 아동학대와 관련된 일반상담을 포함한 것으로 전체 200건 중 176건이 관리사례로 판정됐다. 아동학대가 114건, 발생 가능성이 큰 조기지원 사례가 8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반사례가 54건이었다. 동시에 여러 유형의 학대가 행해진 중복학대가 4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이 각각 20여건, 성 학대가 2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아동학대 사례 114건 중 부모나 조부모, 부모의 동거인 등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가 102건으로 90%에 달해 전국통계(80.3%)와 비교할 때 10% 가량 높았다. 피해아동 조치는 원가정 보호가 72건, 3개월 이내 시설 일시보호 20건, 1년 이상 장기보호가 13건, 병원입원 1건으로 조치됐다.

학대 행위자는 지속관찰이 98건으로 약 86%를 차지했고, 행위자의 입원 등 아동과의 분리가 1건, 고소·고발 12건 등으로 처리됐다. 한편 특례법으로 처벌이 강화돼 학대 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전국 통계에서도 시행 전·후를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의무자 신고 미비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전체 사례 176건 중 36건에 불과해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신고를 의무화 했음에도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의무자는 일반인보다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용이한 직군의 종사자로 이들의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례법으로 기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및 교사, 공무원 등에서 아이돌보미 및 취약계층 아동 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수행 인력까지 포함해 총 24개 직군이 해당된다.

또한 아동학대를 알거나 의심이 됐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자신이 보호하는 아동을 학대했을 경우 가중 처벌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부산에서 보육교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있었으며, 정선 초등학교 교사에게 과태료 부과를 추진 중이다.

원주 역시 학교 교사가 아동학대를 발견하고도 학교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복지사는 "문의를 해온 교사 중 본인과 피해아동의 인적사항을 밝히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었다"며 "교사의 신고는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이 많다는 해석이므로 거리낌 없이 문의와 신고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타 도시보다 유관기관 협력 수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대부분 여러 시·군을 권역으로 관리하고, 대도시의 경우에도 구 별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도내 타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원주는 단일 시 지역을 관할 한다는 점에서 경찰 등 유관기관 협조가 용이한 게 장점이다. 또한 지역이 방대하지 않기 때문에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고, 사례관리 또한 지속성을 갖기 수월하다.

구자성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일시보호시설이 부족해 지난 9월 관련 기관들과 회의를 거쳐 장기보호시설에서도 보호기간과 상관없이 일시보호를 맡아주기로 했다"며 "동행출동 및 필요한 조치에 대한 경찰 협조도 빠른 편이라 학대 행위자에게서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 신속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대 행위자 대부분이 부모를 비롯한 가족인 상황에서 아동과 분리해 가정이 깨어지는 것 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학대 행위자에게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학대 정도와 상황에 따라 가능한 행위자와 아동을 장기간 개별 상담하고 치료를 지속해 가정을 회복하도록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까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아동보호, 학대행위자 상담 및 치료 등을 진행하기 어려웠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효과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경찰에도 아동학대범죄를 담당하는 부서가 생겼고,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일시적으로 학대 행위자를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긴급임시조치, 친권을 제한하는 조치도 가능케 됐다.

임진묵 원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아직도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시민이 많아 훈육방법이나 단순한 가정의 문제로 판단한다"며 "성폭력이나 심한 상흔이 남는 것만 아동학대가 아니고 정서학대와 방임 역시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워 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문의하고 신고해 주길 바란다"며 "기관 역시 책임감이 무거워진 만큼 더욱 전문성을 확보해 사례관리를 담당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가사업으로 전환 됐지만 위탁운영을 맡은 NGO단체 예산이 여전히 투입되고 있는데 그만큼 사례관리를 위한 국가지원도 늘어나야 한다"며 "현재 기관이 시내 쪽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고 있으며, 협소한 공간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 상담이 진행되고 있어 두려움과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