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연간 100억원이 넘는 교육경비를 초·중·고교에 지원하고 있지만 사후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에 따라 원주시는 일반회계 시세 수입액의 10% 이내에서 보조금을 편성해 학교에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129억7천만원을 편성했다.

교육경비 조례는 교육경비가 지원돼 건립된 학교의 체육시설, 문화공간, 도서관 등을 지역주민 및 청소년들이 무상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 개방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어렵고, 아예 이용을 금지하거나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서고 골프실습장이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 2013년 9월 준공된 골프실습장 건립에는 도교육청 18억원, 도비 5억원, 시비 5억원 등 모두 28억원이 투입됐다. 이중 시비는 원주시가 교육경비에서 지출한 것이었다. 원주시는 교육경비 조례에 의거해 영서고와 '체육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역주민에게 개방을 조건으로 설치되는 체육시설임을 감안해 영서고는 시설을 적극 개방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기관·단체 등이 사용할 경우 사용료를 징수한 뒤 시설물 유지관리비로 사용해야 하며, 원주시장이 후원하는 단체는 사용료를 50%까지 감면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영서고는 그동안 원주시생활체육회가 운영하는 골프 프로그램에만 시설을 개방했다. 게다가 올해 원주시생활체육회가 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시민 이용은 철저하게 배제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인해 영서고가 원주시와의 협약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영서고 관계자는 "골프실습장 설치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학생 교육이 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에 개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교육경비를 지원받아 인조잔디 구장을 갖춘 학교들의 경우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원주시축구연합회 조봉준 상근부회장은 "운동장 사용료가 비싸 이용을 포기한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학교장 재량으로 사용료를 받다보니 학교별로 사용료가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경비로 지원한 건 아니지만 원주시가 수억원을 지원해 조성된 관내 대학 인조잔디 운동장의 경우 일부 대학에서는 시간당 5만원을 받거나 하루 4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건 원주시가 교육경비를 지원한 뒤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의하면 교육경비로 건립된 시설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지 않는 경우 원주시는 교육경비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칙에 따라 교육경비 지원이 제한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교육경비를 지원하는 학교와 협약을 맺고 협약대로 이행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상용 기자
1205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