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환자를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에 의해 상처를 받고 업무피해를 입고 있다. 소방관을 폭행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시민, 구조·구급차량을 가로막는 얌체운전자 또는 비협조적 운전자 등 비양심적인 시민들 때문이다.

'매맞는 소방관'이라는 말이 소방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구조·구급출동 현장을 찾아간 소방관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시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폭행과 폭언이 각각 1건씩 발생했고, 2013년에는 폭행 4건, 2014년에는 폭행 2건, 폭언 1건이 발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발생량이 많지 않지만 수위가 심해 대부분 경찰에 인계했던 사례들이며,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겪는 폭행·폭언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취자 난동으로 인한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작년 발생한 폭행 사례 2건은 모두 주취자로 인한 것이었다. 지난해 4월 저녁8시쯤 단계택지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남성 주취자를 구조하러 갔던 소방관은 얼굴을 세게 얻어맞았다.

주취자 상태를 파악하려던 소방관을 확인하고는 인사불성 상태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것. 다행히 당시 경찰이 현장에 있었고, 이 남성은 공무집행 방해죄로 경찰에 붙잡혀 갔다.

이보다 앞선 1월 명륜동의 한 아파트 버스정류장 인근에서는 여성 주취자가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구급대원들은 거리에 쓰려져 있던 이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탑승시킨 후 환자를 살피고자 질문을 했는데 도리어 구급대원 얼굴을 때리고 욕설까지 퍼부었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환자를 살피려는 대원들이 예상치 못한 폭행과 폭언을 경험하는 일이 이따금씩 발생해 구급활동에 지장을 받고 대원들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며 "시민 안전의식이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방차량에 대한 배려도 절실하다. 최근에는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원주소방서 지휘차량과 구조차량 사이에 끼어들어 결국 사고를 낸 '얌체 운전자'의 사례가 SNS,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원주소방서 소방관들은 신림면 황둔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다.

원활한 차량 주행을 위해 지휘차량이 앞섰고 구조차량이 뒤따랐다. 그 순간 고급 외제차가 지휘차량과 구조차량 사이에 끼어들었다. 다른 차량들은 소방차량들을 위해 길을 비켜준 반면 이 얌체 운전자는 지휘차량 뒤로 따라붙어 빠른 속도로 주행했다.

애석하게도 무실동 법조사거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지휘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한 순간 신호는 주황신호로 바뀌었고 얌체 운전자의 외제차량은 멈춰섰다. 이때 구조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무거운 장비들을 싣고 있었기 때문에 제동거리가 길어져 부딪히고 말았다.

더욱 황당한 상황은 뒤이어 발생했다. 마땅히 외제차 운전자의 과실이 크지만 보험사는 소방차가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들이받았다면서 외제차 운전자 과실은 20%, 소방차량은 80%로 적용시켰다. 소방기본법,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방차 등 긴급차량들은 적색신호에서도 통과가 가능한데 이 얌체 운전자가 갑자기 멈춰서면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어이없는 결정이었다.

다행히 네티즌 사이에서 이 문제가 확산되고 변호사 등 전문가들도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최근 과실 적용치는 80(외제차 운전자) 대 20(소방차)으로 바뀌었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차량이 출동하면 즉시 길을 비켜주는 운전자들이 있는 반면 이처럼 비양심적인 운전자들도 존재한다"며 "1분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소방차량의 역할은 매우 크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소방서는 '소방차 길터주기'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좁은 길에 주차한 불법주정차, 주택가 이면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 때문에 비상상황 시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소방차량 주행을 막거나 비양심적인 행위를 가하는 등 소방출동을 방해할 경우 최대 징역 5년 이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