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모와 50대 장애인 아들이 살고 있는 집.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지역사회 곳곳에는 최소한의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이웃이 많다. 복지 예산을 긴급지원이 필요한 곳에 우선 전달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후원이 집중되는 사회복지기관과 그렇지 못한 기관이 눈에 띄게 구분되고 있다. 후원자들이 널리 알려진 사회복지기관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복지기관의 관리를 받느냐에 따라 수혜자가 받는 지원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소외된 이웃에게는 더욱 외로운 겨울, 지역복지 현주소를 짚어봤다.
　
연탄사고 빈번하게 발생…골목 낙상 예방 안전바 설치 시급

지난달 11일 학성동 광명마을길에서 독거노인 하모(81) 씨는 연탄불을 갈러 나갔다가 넘어져 목과 등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가족이 있었다면 얼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겠지만 노인은 쓰러진 뒤 빠져나오지 못했고 연탄가스에 질식해 사망하고 말았다.

봉사자들이 방문할 때면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미안해하며 수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하던 노인이었다고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4일에도 단구동에서 67세 남성이 연탄불을 피워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연탄을 지원하는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김순예 부장은 "연탄 지원을 나가 가정에 방문해 보면 가스가 방안에 차있는 데도 인지하지 못하는 어르신이 종종 있다"며 "후각이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고, 환기가 되지 않아 방안으로 가스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빙판길 위험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좁은 골목은 해가 잘 들지 않아 얼음이 녹지 않는다. 겨울이 아니더라도 경사 때문에 노인이 오르내리기 위험하다.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이재훈 부장은 "골목을 다녀보면 안전바 설치가 절실한 곳이 많다"며 "요즘에는 빙판 때문에 아예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말했다.
　

▲ 얼음이 녹지 않아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골목길.

아직도 위태로운 가정 많아

대문을 열자마자 위태롭게 얽힌 잡동사니들이 출입을 막는다. 허리를 잔뜩 숙이고 들어서자 오래 전 담벼락이 허물어진 뒤 그대로 방치돼 절벽이 돼버린 위태로운 마당에 흰 눈이 그대로다. 그 마당에서 김모(87, 학성동) 할머니는 두 번이나 미끄러져 아랫집으로 추락했다. 따로 떨어진 방 두 칸에 김 할머니와 아들 변모(55) 씨가 살고 있다.

방 안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생과 안전에 취약한 환경이었다. 김 할머니 방 입구에는 성인 한명이 몸을 돌리기에도 좁을 정도로 복잡한 공간에 세숫대야가 놓여있고 수도꼭지가 하나 달려있다. 김 할머니 집에서 유일한 씻을 공간으로 고작해야 세수나 할 수 있을 정도다.

방문을 열자 가슴높이까지 쌓인 이불더미 위에 김 할머니가 앉아 있고, 사방에는 수년간 쌓아올린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김 할머니에게 물건들은 사회로부터 외면된 삶에서 고집스럽게 쌓아 모은 유일한 재산이자 방패막이다.

방 안에 남은 공간이라곤 김 할머니가 작은 몸을 누일 수 있는 이불더미 위 뿐. 김 할머니는 침대와 세간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썩은 이불과 물건들로 인해 여름철에는 각종 질병에 노출되고, 악취가 나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들 변 씨의 방도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나마 벽은 보이지만 벽지가 언제 벗겨졌는지 모를 만큼 낡았고 검은 때가 가득했다. 시커먼 이불과 기울어진 임시옷장, 먼지 쌓인 생활용품이 뒤엉켜 있다. 이불 더미 옆에 위험하고 비위생적으로 나뒹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식기, 남은 음식이 변 씨가 생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김 할머니와 아들 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으나 둘이서 생활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김 할머니는 고혈압, 당뇨, 천식, 시각장애를 앓고 있다. 변 씨 역시 폐결핵후유증, 당뇨 등을 앓아왔으며, 급기야 2013년 겨울 대문을 나서다 빙판에 넘어지며 뇌 손상으로 장애를 갖게 됐고 거동이 어려운 상태다.

방 두 칸 모두 난방시설 자체가 없으며, 지붕이 제 역할을 못해 비가 오면 방으로 물이 샌다. 몇 해 전 주변의 도움으로 지붕을 수리했지만 임시방편이 됐을 뿐이었다. 김 할머니는 아들 변 씨 외에도 딸이 있지만 모두 부양무능력자로 판단되는 수준이라 이러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해당 가정이 받는 지원은 정부 지원금 및 기초의료지원, 행복한원주노인복지센터를 통해 김 할머니 앞으로 주1회 한 끼 배달되는 도시락, 가끔 있는 비정기적 후원물품 지원이 전부이다.

김서현 재가복지사는 "사회복지가 좋아졌다고들 얘기하지만 아직도 생계가 위태로운 가정이 너무나 많다"며 "할머니 댁 역시 다각적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어려운 사례라 지원에 한계를 가진 센터 입장에서도 생활을 개선해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는 기관 및 지역의 도움을 총 동원해 김 할머니 가정에 정서적 지원 및 주거환경개선, 지속적 생계 지원 연결 등 대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 공동체 도움 필요

취약계층 중에도 특히 독거노인의 안전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올해로 운영 5년차에 들어간 독거노인응급안전돌보미서비스가 일부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비롯한 안전사고 예방과 관리를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된 시스템으로 현재 원주지역 65세 이상 저소득 독거노인 가정 1천500세대를 관리하고 있다.

각 가정에 설치된 유-케어(U-care)장비는 센서를 통해 화재, 가스누출, 동작, 출입 등 안전을 365일 24시간 감지하고, 6명의 응급돌보미가 상황을 점검한다. 소방서와 연계해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장시간 활동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전화 확인 또는 사례관리사를 파견한다. 또한 전화기 형태의 응급응답기를 통해 소방서, 돌보미센터, 가족과 버튼 하나로 연결이 가능하다.

감지센서 작동을 비롯해 응급출동, 방문 및 전화 확인을 포함한 총 처리 건수는 지난 2011년 1만8천여건을 시작으로 점차 증가해 지난해는 9월 기준 11만4천여 건에 달했다. 또한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는 독거노인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지원하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현재 독거노인 910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생활관리사 41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소 주1회 방문하고 주2~3회 전화로 안부를 확인, 월1회 이상 생활교육과 보건복지 서비스 연계, 무연고 장례지원 등을 서비스한다.

한편 이러한 응급시스템 구축 역시 한계가 있어 자생단체 및 통장 등 지역주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실제로 봉산동자율방법대(대장: 병영두)가 마을에 위치한 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 및 주민센터와 연계해 독거노인 가정을 조사, 매일 저녁 방문하고 있어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이재훈 부장은 "응급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적응을 하게 돼 위험한 상황이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한 사례가 많았다"며 "주민분들과 주민센터가 연계된다면 더 나은 사례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연계구조 구축을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