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원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복싱연맹(International Boxing Federation: IBF) 국제총회가 돌연 연기됐다.

강원도와 원주시, IBF아시아 등에 따르면 IBF 국제본부는 경비 등의 문제로 많은 회원들의 참가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2015년 총회를 캐나다 몬트리올로 변경한다고 지난해 10월 회원국들에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IBF 국제총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곽도영 전 도의원)를 비롯해 원주시와 강원도는 총회를 불과 6개월 앞두고 돌연 개최지를 변경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국제총회에서 참가 회원국의 투표로 선정한 개최지를 국제본부가 일방적으로 변경 통보한 것에 충격적이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IBF는 설립 30주년을 맞은 지난 2013년 5월 독일 베를린 총회에서 2015년 총회 개최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2015년 총회 유치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등 아시아 복싱 3대 강국과 미국의 멤피스, 유럽의 몰타 등이 경쟁을 펼쳤으며 이 자리에서 한국이 참가자 중 8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2015년 IBF 총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당시 한국 개최 도시는 IBF아시아가 추가 결정하기로 했고, 강원도와 원주시 등과 협의 끝에 원주가 개최지로 최종 낙점됐다.

2013년 8월 강원도청에서 2015년 국제복싱연맹 세계총회 유치에 따른 업무 협약이 체결됐고 10월 말에는 1BF 세계총회 조직위원회가 공식 출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11월에는 호텔 인터불고원주에서 피플스(Daryl J. Peoples) IBF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IBF 세계총회 원주 유치를 축하하는 유치기념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7월 현지실사에서도 숙소인 한솔 오크밸리와 대회장인 호텔 인터불고원주까지 이동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실사단으로부터 "여건이 세계총회를 치르기에 만족할 만큼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총회개최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IBF아시아 등에 따르면,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경비 부담으로 많은 회원국이 원주총회 참가를 꺼린다'며, '2015년은 미주에서 개최한 뒤 2016년 원주에서 개최하자'는 피플스 IBF 회장의 제안이 발단이 됐다.

이에 반발한 IBF아시아의 대응 과정에서 소송까지 거론되는 등 양측의 감정섞인 공방이 오갔으며, 그 결과 IBF 국제본부는 10월 개최지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세춘 IBF아시아 사무총장은 "IBF 주요 회원국이 미주와 유럽 등에 포진해 있어 아시아까지 이동이나 소요 경비가 부담되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당혹스럽다"면서 "유경의 IBF아시아 회장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IBF의 개최지 변경 통보와 함께 회장직을 자진 사퇴했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을 비롯한 IBF아시아 임원들이 뒤늦은 사태 수습을 위해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를 방문했을 때도 피플스 회장은 유감의 뜻은 전했지만 2015년 총회는 캐나다 개최를 확정했다며 1년 연기해 2016년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거듭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IBF국제총회 조직위원회와 IBF아시아, 강원도와 원주시 등은 허탈하고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IBF측이 제시한 2016년 총회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이미 공식 유치기념행사를 치르고 실사까지 받은 상황에서 1년 연기해 총회를 개최하더라도 실리를 찾자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본부측이 개최지 변경사유로 제시한 경비 부담이 1년 연기한다고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거니와 국제본부측의 행태로 볼 때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곽도영 IBF국제총회 조직위원장은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총회 성공개최를 위해 헌신한 조직위원들의 노력과 총회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에 원주와 강원도를 알리고자 했던 유치 목적 등을 고려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뉴저지주에 본부를 두고있는 국제복싱연맹은 WBA, WBC, WBO와 함께 세계 4대 메이저 복싱 연맹 중 하나. WBA와 WBC 다음으로 긴 역사를 갖고 있어 이들과 함께 세계 3대 메이저 복싱 연맹으로 꼽히기도 한다.

매년 회원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IBF 세계총회에는 보통 50개 회원국에서 400여명이 참가한다. 공식 프로그램과 세계 복싱계 현안 의제를 논의하고 복싱시합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