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동 봉사단체인 '이웃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기술부장을 맡고 있는 최상철(63, 학성동) 씨는 지난 10여년 간 이웃돕기에 앞장서 왔다. 그런데 정작 최 씨는 형편이 어려워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수술 시키지 못했던 사연이 알려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 부장은 지난 2003년 '이웃을 사랑하는 모임'(회장: 이승곤, 이하 이사모)이 발족될 당시부터 회원들과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 건축 일을 하는 기술을 발휘해 집수리 봉사에 누구보다 앞장선 일등공신이었다. '마을 음악회'를 주도한 이도 최 부장이었다. 음악회를 통해 마련된 성금은 천사운동기금으로 전달했다. 회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할 만큼 10년을 하루같이 봉사해온 최 부장은 언제나 한결같고 묵묵했다.

그렇게 이웃을 도우며 밝은 모습을 보인 최 부장이지만 지난 30여년 간 하루도 마음 편히 잠을 잔 날이 없었다. 딸 희선(34) 씨는 난치성 뇌전증(간질)을 안고 태어났다. 당시 의술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았던 터라 최 부장 부부는 치료법을 찾아 딸을 안고 전국을 누볐다. 딸이 자라며 치료방법은 생겼지만 24시간 눈을 뗄 수 없는 증상에 전신질환, 뇌수막염으로까지 병세는 악화됐다. 때문에 최 부장 부부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형편은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10년 전 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 5년 전 장기입원을 결정해야 했다. 수술이 까다롭고 보험적용이 안 되는 항목들로 비싼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마음에 지난 10일과 15일 두 번의 수술을 감행했다.

소식을 접한 정경화 이사모 고문은 회원들에게 알려 성금 115만원을 모아 전달했고, 원주시에서도 긴급수술지원금 300만원이 지원됐다. 수술비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수술을 한 것 만으로도 최 부장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최 부장은 "미안함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며, "수술을 했다는 자체가 기쁘고 회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딸아이 때문이었다"며 "딸처럼 몸이 아픈 사람, 홀로 지내는 노인, 장애인을 만나면서 우리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경화 고문은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까이 있는 회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최 부장이 많은 사람을 도와온 만큼 이제는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은 현재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으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아내가 식당 일을 나가며 생계를 돕고 있다. 딸 희선 씨는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