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면 안창리 흥법사지 전경. (사진제공: 원주시)

'흥법사지(興法寺址)'를 국가사적으로 승격 지정하고 체계적인 정비, 보존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정면 안창리에 위치한 흥법사지는 신라시대 창건돼 고려시대 융성한 사찰로 남한강 수계에 있는 사적 제168호 거돈사지 및 사적 제466호 법천사지와 함께 원주를 대표하는 3대 폐사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사역 대부분이 경작지와 민가로 이루어져 제대로 된 발굴조사나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거돈사지, 법천사지와는 달리 도 문화재자료 제45호로 지정한 것은 흥법사지의 역사적 의미나 유존 석조물 등을 고려할 때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흥법사지는 국보 제104호인 '전(傳) 흥법사 염거화상탑'을 비롯해 보물 제365호 '진공대사탑 및 부석관', 보물 제463호 '진공대사탑비 귀부 및 이수', 보물 제464호 '흥법사지 삼층석탑' 등 4점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곳이다.

이중 전(傳) 흥법사 염거화상탑과 진공대사탑 및 부석관은 1931년 일본인들에 의해 강제로 반출됐다가 경복궁으로 옮겨졌으며, 2005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소하면서 지금은 경내에 보관하고 있다. 현재 흥법사지 삼층석탑과 진공대사탑비 귀부 및 이수만이 옛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거돈사지와 법천사지의 유존 석조물 중 각각 3점과 2점만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것과 비교해도 흥법사지를 당연히 국가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유다.

지난 19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원주 흥법사지의 학술적 검토' 학술대회에서 유재춘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흥법사지는 태조 왕건이 친히 비문을 짓고 당 태종의 글씨를 집자해 만든 흥법사지 진공대사탑비를 비롯해 유존 석조물 4점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강원도 영서지역의 대표적인 폐사지"라면서 "흥법사지를 국가 사적으로 승격 지정하는 문제가 시급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선 중앙승가대 교수도 "흥법사지는 현재 중심사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유지로 돼 있으며, 이는 사적지정을 위한 절차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면서 "체계적인 정비, 보존 작업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대해 박종수 원주시 문화재담당은 "내년 중 문화재청에 사적 지정을 신청할 계획으로 사적으로 지정되면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며 "정비계획을 수립해 발굴조사와 체계적인 정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