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FTA 체결로 치악산한우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캐나다·뉴질랜드의 쇠고기 수입물량은 국내 전체 수입량의 62.4%를 차지한다.

농촌경제연구원과 강원발전연구원은 FTA 발효 시 ▷쇠고기 수입물량 확대 ▷수입산 가격하락 ▷장기적 관점에서 한우 소비량 감소 ▷채산성 악화 ▷한우농가 폐업 증가 등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한·호주, 한·캐나다 FTA 발효 후 국내 한·육우 생산량이 연평균 674억원, 15년간 총 1조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난으로 한우사육농가들의 휴·폐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FTA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원주 한우농가는 2012년 801농가에서 올해 532농가로 줄었고 사육두수도 1만3천626두에서 1만1천264두로 감소했다. 경매시장에서 숫소 한 마리가 평균 240여만원에 거래됐는데 거세우 한 마리 생육 시 300만원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가입장에서는 폐업이 자명해 보인다.

여기에 외국산 쇠고기 물량을 확대하면 치악산한우 생산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가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쇠고기 수입개방 전에는 치악산한우 큰암소 600㎏은 528만원에 거래됐지만 2008년 4월 쇠고기 수입개방 발표 시점엔 476만원으로 하락했고, 마트에 본격판매된 그해 11월엔 10만원 정도 추가 하락했다.

강원발전연구원 이영길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시장에서 수입 쇠고기 간 가격경쟁이 심화되면 한우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도내 전체 축산농가의 상당수가 한우를 키우고 있어 축산강국과의 FTA는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호주산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고 청정한 지역에서 키웠다는 인식이 강해 소비시장에서 FTA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우농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농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가 조사료와 배합사료 지원을 확대하고, 차기 치악산한우 브랜드육성사업을 통해 명품육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

조창휘 시의원은 "FTA가 국가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지자체에서는 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농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구석이 많다"며 "농가들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한우육성 방안에 대해 원주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