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도메카 원주를 이야기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원주 역도의 '대부'로 불리는 김해광(55) 원주시청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역도 불모지 원주에서 '희망'이란 씨앗을 심고 '가능성'이란 싹을 틔워 화려하게 만개시킨 장본인이다. 원주역도의 기틀을 세운 1세대이면서, 미래를 향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탄탄한 저변을 다진 것도 김 감독이다.

장미란, 윤진희, 김선종, 정명숙, 김민정 등 세계무대를 호령한 원주 대표역사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박미정 원주시청 코치와 성고은 원주여고 코치 등 원주역도의 내일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 역시 그의 제자들이다. 사실상 원주 역도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큰 그림까지 그린 그에게 '대부'라는 호칭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충주가 고향으로 청주기계공고와 충북대, 실업팀 삼척탄좌에서 역도선수로 활약한 김 감독은 현역시절 소위 잘 나가는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도 "대학 때 전국체전에서 용상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 전부일 만큼 별볼 일 없었다"고 소개할 정도.

김 감독이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확인한 것은 원주에서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스타선수가 되기 위한 재능은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남다른 영민함과 분석력, 리더쉽은 훌륭한 선수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자한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1985년 정착한 원주는 역도 불모지였다. 변변한 학교 역도부 하나없이 종합운동장 한켠에 자리잡은 훈련장에서 학생 10여명을 지도했다. 힘든 시기였지만 초대 원주시역도연맹회장을 지낸 김종구 전 축산기업조합 원주지부장과 정상철 강원전업사 대표 등의 물심양면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당시 무엇보다 선수 발굴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김 감독은 좋은 재목이 있다는 소리만 들리면 문막과 귀래, 부론까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갔다고 했다. 눈여겨 본 선수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한겨울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빙판에 미끄러져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도 여러번이다.

지도방법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80년대부터 직접 구입한 캠코더로 선숙들의 훈련장면을 촬영해 분석하고 문제점을 잡아냈다.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에어로빅 강사를 초빙하고 수영장에서 훈련을 하는 날도 많았다.

바벨 앞에서 그와 함께 미래를 꿈꾸던 선수들이 하나 둘 성적을 내기 시작하자 지역 내 분위기도 돌아섰다. 원주여중과 치악중, 학성중, 문막중, 원주고, 원주여고 등이 앞다퉈 역도부를 창설했다. 김 감독의 지도력에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원주는 한국 역도의 메카로 떠올랐다. 이 기간 그가 발굴해 배출한 국가대표만 30여명에 이른다.

정년을 맞아 올해를 끝으로 원주시청 감독직을 물러나는 그는 지난 30여년을 회고하며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행복했다"면서 "특히 아테네올림픽에서 장미란이 은메달을 획득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함은지, 원종범 등 실력있는 유망주들이 있어 원주역도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한 김 감독은 "역도연맹회장배와 교육장배 등 전국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초등학생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하는 곳이 원주"라면서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많은 대회경험을 쌓아야 미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실업역도연맹 부회장과 강원도장애인역도연맹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퇴직 후 무슨 일을 하게될 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원주역도에 도움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