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자살률이 OECD보다 3배 이상이라는 기사(원주투데이 2014년 12월 1일자 8면)는 충격적이다.

2013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원주(38.2명)가 전국 평균(28.5명)보다 높고, OECD 평균(12.1명)보다 3배 이상에 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원주의 자살률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고, 자살하는 연령층이 30∼50대 중장년층과 60대 이상 노년층이 전체에서 각각 51%와 39%에 달한다.

이러한 수치는 '건강도시, 원주'를 지속적으로 추구한 곳에서 일어났기에 예상 밖이고, 이는 자살에 대한 근본적·예방적 대책의 필요성을 절실히 요청한다.

'자살'(suicide)이라는 말은 라틴어 '자기 자신'(sui)이라는 말과 '잘라낸다'(cut off)는 말인 'cide'의 결합이다. 따라서 자살은 '자신이 결단하여 자신의 생명을 잘라낸다는 것'이다.

한자어 자살(自殺) 역시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살예방지침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자살했을 경우 그 충격은 최소한 6명의 주위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자살을 왜 하는 것일까?

WHO에 따르면, 자살 동기는 989가지에 달한다. 그러나 자살 동기를 크게 보면, '명예나 위신, 명분에 집착해 삶을 포기하는 경우'와 '지칠 대로 지쳐 목숨을 버리는 경우'로 나뉜다.

이것은 한편에서는 직업이나 재산을 잃었다거나 감정적으로 의지하던 사람을 상실했을 때의 충격이 '상실감'으로 발전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앗아 가는 것이 자살로 이어진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상실감이라는 정서적 문제에 더하여 미래의 삶이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다.

강원도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및 고독, 가정불화, 질환 및 장애' 순이라는 진단이다. 이것은 강원 지역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문제의 해결, 외로움과 고독을 줄일 수 있는 방안, 이웃과 관련된 가정불화의 해결, 질병문제의 해결'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원주시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10배에 달하는 자살시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예방적 자살대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전국에서 가장 자연경관이 수려한 강원도(원주)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지역의 정신적 유산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그러한 유산이 우리 지역에서 작동하는지를 질문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까지 추진한 건강도시 정책에 대한 진단과 함께 경제 지향적인 지역개발정책의 대전환을 요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도 소중하다'는 성경(정신)에 역행하며 자신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잘라 내는 행위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은 그 지역의 제3영역(가정, 교회나 각종 종교단체 등 시민사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자살률 전국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은 문화경제적 발상의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

몇 해 전 동경에서 개최된 국제문화경제학회가 끝난 후 주최 측이 마련한 탐방은 휠체어에 앉은 중증치매노인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가족들이 보낸 편지를 성우가 읽어주고, 연주단체가 연주하며, 위로하는 장면이었다. 한 영혼을 위한 예술가(음악가, 연극인, 성우 등)와 복지와 행정의 협동정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자살예방의 첫 걸음은 제3영역이 본래의 정신(미션)을 회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