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그러니까 20대 후반이었던 젊은 시절, 지인이었던 김동훈 소망주기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을 따라 심향영육아원에 봉사활동을 갔다. 다가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하고 낯설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려는데 헤어짐이 아쉬워 문 밖까지 따라 나오는 아이들의 눈빛이 그만 가슴에 와 꽂혔다. 왈칵 터져나올 것만 같은 감정을 애써 감추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면서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강기완(49) 소망주기복지센터장이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됐던 날이다. 그때 다짐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켜 현재는 심향영육아원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2명의 남아를 아들로 삼아 후원하고 있다.

단계동 은행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 자리잡은 소망주기복지센터(이하 센터)가 어느덧 5년차가 됐다. 3개동 중 1개동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거주하지만 주변에 복지서비스기관이라고는 전무했던 그곳에 강 센터장이 나눔의 깃발을 꽂았다. 관리사무소에서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했고, 주민들도 환영했다.

썰렁했던 아파트가 이제는 센터를 중심으로 제법 활기차다. 노인을 위한 15개 프로그램, 아동센터, 매주 토요일 100여명이 찾는 무료급식과 50가정 도시락 배달, 18가정을 돌보는 방문요양센터, 그리고 청소년 봉사참여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를 넘어 인근지역까지 보듬으며 연령대와 대상자를 아우르는 지역복지관 역할을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게 소망주기봉사회가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지원 한 푼 없이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센터를 꾸미더니 현재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급여까지 자립적으로 충당한다.

물론 이 센터에 근무하고 봉사하는 사람들 모두 소망주기봉사회 회원들이다. 회원들과 그들을 통해 연결되는 후원 외에 지원은 원주시에서 연간 450만원을 받아 프로그램 강사비로 지출하는 게 전부다.

소망주기 봉사회는 지난 2010년 늦깎이 대학생이었던 강 센터장이 졸업을 앞두고 동기였던 노원국 소망주기봉사회 고문과 상지영서대학교 사회복지과 야간반 졸업생들로 구성한 봉사단체다. 강 센터장이 회원 500여명을 이끌며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봉사를 실천하는 센터로 자리매김하자 지역사회도 응원했다. 봉사자와 후원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기관과 단체들은 감사패와 표창으로 격려했다.

강 센터장은 대학 졸업 후 외국에 나가 있는 지인들과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었다. 돈을 모아뒀고, 지인들이 현지에 사업여건을 조성해뒀었다. 그러나 주변 도움으로 소망주기복지센터를 만들 수 있게 되자, 외국행을 포기했다.

강 센터장이 외국 사업을 위해 모았던 자금은 센터에 살을 붙이는데 쓰였고, 부푼 꿈도 원주지역 사회복지로 옮겨왔다. 이렇듯 센터를 위해 헌신했지만 강 센터장은 지금껏 한 번도 급여를 받아간 적이 없는 무급봉사자다.

강 센터장은 "소망주기회원들이 함께 봉사하고 헌신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며 "원주지역 곳곳에 소망주기복지센터처럼 주민들이 편하게 다녀가는 작은복지관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꿈을 소개했다.이어 "원주가 고향이라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과 행복을 느낀다"며, "사람들이 주위를 한번 둘러봐 준다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지역 복지도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