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갈거리사랑촌(원장: 곽병은)이 시설 개방화를 넘어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시설의 사회화'를 실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갈거리사랑촌은 20여년 전 장애인 및 보호가 필요한 노인을 위한 보금자리로 흥업면 대안리 대안저수지 아래 터를 잡았다.

그때만 해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길 건너 마을과는 다른, 낯선 곳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그 해 동네 노인들과 주민을 초대해 마을잔치를 열고 갈거리사랑촌을 소개한 게 오늘날 '이웃'이 되는 첫걸음이 됐다.

요즘 80세 넘은 마을 노인 10여명은 매일같이 다녀간다. 노인들에게 갈거리사랑촌은 복지관이나 다름없는 고마운 곳이 됐다. 시설 거주인들과 함께 요가, 음악치료, 도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물리치료를 받고 점심을 함께 먹는다. 병의원 진료 동행과 목욕 서비스도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올해는 갈거리사랑촌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으로부터 지역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비로 예산을 지원받은 덕분에 더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거주인과 노인들이 함께 동해바다, 성지순례지, 미술관, 허브농장 등을 방문하고, 영화와 프로농구 관람 등 문화를 체험하며 뜻깊은 추억을 만들었다.

지역사회통합프로그램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역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대다수라 차량운행을 하고, 건강에 대한 복지서비스 욕구가 가장 높아 지역자원 활용으로 병의원 및 건강관리 전문 봉사자를 연계했다.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마을 소식지는 지난 가을 31호를 발행했다. 분기별로 만드는 갈거리사랑촌 소식지 뒤편에 3~4페이지를 할애한 것.

편집회의에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마을 소식을 알차게 담는다. 마을 이슈와 이웃 이야기를 호마다 싣고, 마을 동정도 빼곡하게 들어간다. 결혼소식과 집들이, 마을에서 열린 행사와 부음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소식지를 만들며 마을과 시설을 서로 이해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됐다.

곽병은 원장은 개원 때 부터 주민에게 열린 시설이 되기위해 노력했다. '시설의 사회화'라는 개념이 지금도 우리사회에서 낯선 표현이지만 곽 원장은 오래 전 관련 논문을 냈을 만큼 조예가 깊다.

곽 원장은 "시설 입장에서는 주민들에게 부정적 편견을 없애 거주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의미가 있으며, 시설 폐쇄성으로 인한 인권유린 및 운영 비리문제를 투명화하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며 "주민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사회통합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에도 도움을 주는, 마을에 필요한 시설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시설이 공존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 봉사자들 봉사와 도움 없이는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거주시설들도 마을 행사에 참여하거나 주민을 초청하는 등 지역에서 고립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개방화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