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국비 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원주시농산물종합가공기술지원센터'(이하 농산물가공센터)가 이달 중 문을 열 예정이다. 농산물가공센터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그대로 출하하지 않고, 액즙이나 분말, 환 등으로 가공하고, 포장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재 우리 농업은 애써 농사를 짓고도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비도 못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농산물 특성상 생산량 조절이 어렵고, 대다수 농산물은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면 유통기한이나 가격폭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과실은 낙과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농민들도 이러한 점을 알고 있지만 가공이나 포장설비를 갖추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가공기술도 전무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문을 여는 농산물가공센터는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원주농민들은 가공센터에 설치한 43개에 달하는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전문 지원인력 2명을 배치해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큰 어려움 없이 가공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

창업시에는 농산물가공센터를 사업장으로 등록할 수 있어 별도 공장이 없어도 농가기업의 꿈을 펼칠 수 있다. 원주시도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가들의 활발한 창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해썹(HACCP) 인증도 받을 예정이어서 가공상품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농산물가공센터 설치는 원주농업의 경쟁력 향상과 함께 농민소득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생산시설을 갖췄다고 해서 농가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의욕적으로 생산한 가공식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농산물가공센터가 원주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은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원주푸드사업과 연계해 원주푸드 직매장과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유통망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안정적 판매를 위해서는 지역 대형유통매장에 원주 농특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별도코너가 설치돼야 한다. 원주만의 특화된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브랜드 홍보 등 마케팅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만든 시설이 일부 농민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도를 통해 많은 농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산물별로 가공식품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마을 또는 작목반 단위로 특산품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생산의 안정성이나 브랜드 신뢰도 측면에서 보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을단위에서 가공사업을 추진할 경우 농촌관광과 결합시키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6차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