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폐기물 종합처리단지가 오히려 원주시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쓰레기 제로화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정에서 선별 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의 상당량이 매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주시는 민간투자사업으로 흥업면 사제리 광역쓰레기매립장에 폐기물 종합처리단지를 구축했다. 종량제 쓰레기를 고형연료로 만드는 생활폐기물 연료화(RDF)시설 1기를 증설했고,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을 신축했으며, 매립장 매립용량을 확대했다.

사업비는 국·도·시비 506억여원, 원주그린(주) 432억여원 등 모두 939억여원이 투입됐다. 원주그린(주)는 한화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정상종합건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원주시로부터 폐기물 종합처리단지를 위탁받아 15년간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당초 오늘(1일)부터 위탁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빚어지며 내년 1월로 미뤄졌다. 논란이 되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과 RDF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고용승계 및 임금문제이다. 선별장, RDF시설, 매립장 운영을 맡은 정상종합건설은 선별장 인력을 현재 25명에서 22명으로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대해 선별장에 근무하는 A 씨는 "선별장에 자동화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감원하겠다는 것인데, 자동화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형폐기물 파쇄기와 스티로폼 감용기가 추가로 설치됐기 때문에 오히려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종전 선별장은 수작업으로 재활용품을 분류하면서 선별률이 약 99%를 기록했지만 새 선별장의 선별률은 90%대로 떨어졌다.

이로인해 선별된 재활용품을 사가는 업체에서는 재분류 작업에 따른 인건비 명목으로 종전에 비해 매입단가를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1㎏당 페트병은 400원에서 350원으로, PP와 PE는 298원에서 230원으로 낮춘 것. A 씨는 "업무는 가중된 상황에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건 꼼꼼한 재활용 선별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DF시설을 운영해온 (주)다산기술에는 30여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고용승계에 대한 보장이 없자 지난달 25, 26일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가 위탁기간이 한 달 미뤄지자 재가동 했다.

이에대해 정상종합건설 관계자는 "선별장 인원이 감축되면 선별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 설계가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주)다산기술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는 차차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주시는 민간사업자에게 운영을 맡기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관리감독은 하겠지만 위탁업체에 고용보장을 요청할 경우 원주시에 운영비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재활용품의 재활용률이 하락한다면 왜 위탁운영을 하는지 원주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위탁하기에 앞서 원주시는 명확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폐기물 종합처리단지 운영비로 원주시는 원주그린(주)에 매년 120억원 가량을 지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