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미스월드코리아에서 입었던 단체티를 소개하는 오석환 씨.

세계 미스월드사가 주관한 2014 미스월드코리아가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9월 29일부터 11박12일 동안 열렸다.

이 대회에 출전한 모델들이 빛을 낼 수 있도록 무대 뒤에서 땀 흘린 사람들 중엔 헤어디자이너도 있다. 세계 미스월드사가 선정한 미스월드코리아 헤어디자이너 6인 중 5명은 고급 뷰티샵이 즐비한 청담동 출신이었지만, 1명은 원주의 헤어디자이너였다. 오석환 씨가 그 주인공이다.

치악고 인근에서 2004년 문을 연 '인디오가 헤어샵'에 가면 오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다. 인디오가는 보통 헤어샵에 비해 비싸게 받는다.

미용사로서 손님의 머리를 자르는 게 아니라 헤어 디자이너로서 손님을 맞이하기 때문이라고 오 씨는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마다 소비생활에 차이가 나는데, 헤어스타일을 고민하는 손님들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있다"며 "철원, 태백 등 도내 뿐만 아니라 마산에서도 예약하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계속 디자인 공부를 하고, 손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기 위해 예쁜 것만 보며 일을 한다"는 오 디자이너는 항상 비용대비 만족스러운 스타일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쉬는 날에는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꽃,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적 감각을 유지한다.

헤어샵 원장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강의를 하기도 했다. 오 디자이너는 "많은 원장님들이 1만원짜리 커트에서 2만원짜리 커트를 하고 싶어서 가르쳐달라고 한다"며 "그럴 때면 비법을 알려주는데, 바로 습관을 버리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매번 다른 손님이 와도 매번 교본처럼 같은 스타일의 커트를 하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이 생을 마감한 뒤 비달 사순 밑에서 일하던 헤어디자이너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전수받은 비법이 바로 거울을 없애는 것이었다. 때문에 인디오가 헤어샵 거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다.

그는 "헤어디자이너가 준비 돼 있어도, 손님 스스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 스타일을 망치기 쉽다"며 "중간중간 손님 표정을 보고 눈치를 보기 때문에 처음 생각했던 헤어스타일이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25년 경력이지만 처음부터 고가 정책을 편 것은 아니었다. 부친이 이발소를 운영했지만 헤어디자이너가 목표도 아니었다.

오 디자이너는 "교내 사건에 휘말려 학교를 등지고 나와야 했는데, 그 때 자주가던 미용실 누나가 눈썰미가 좋으니 미용일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면서 "그 말을 계기로 무작정 상경해 종로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고, 대한미용협회장 밑에서 미용기술을 익혔다"고 전했다.

이후 평범한 미용사의 길을 걸었다. 함께 미용을 익힌 선배를 통해 청담동 헤어샵에 출입할 수 있었던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 곳에서 여러 유명인을 만났고, 대기업 관계자와 우연이 이어져 파리와 런던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될 기회를 잡았다. 세계적인 도시지만 관광은커녕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파리와 런던의 주요 디자인을 보러다녀야 했고, 어느새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성장해 있었다.

귀국한 오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실력을 갈고 닦는 노력을 통해 손꼽히는 헤어디자이너가 됐다. 그는 "최근 남성들이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인 '투블럭 컷'을 2011년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중 디스커넥션 컷'으로 선보였었다"면서 "한동안은 고 최진실 씨를 따라다니며 헤어스타일을 봐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2014 미스월드코리아에서는 그가 담당했던 모델 김민지 양과 정은주 양이 각각 1등 퍼스트 러너상과 2등 아이소이상을 받았다. 오 디자이너는 "행사 관계자로부터 장미꽃이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안개꽃들이 받춰줬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모델들 뒤에서 열심히 일한 디자이너들에 관한 이야기였다"며 "2014 미스월드코리아 행사와 더불어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