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민들은 타지에서 방문하는 손님 대접에 별 부담이 없다고 한다. 춘천에 가면 닭갈비나 막국수를 먹는 게 공식화 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향토음식을 대접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원주 대표음식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게 시민들 반응이다. 원주시에 등록된 식당은 약 4천900개이며, 이중 실제 영업을 하는 곳은 4천200여곳이다. 이 가운데 이름난 식당은 많이 있지만 선뜻 원주를 대표하는 식당이나 음식으로 추켜세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원주시는 그간 수차례 대표음식에 도전했다. 민선3기 시절에는 국산 고구마 전분으로 냉면을 개발했다. 그러나 국산 고구마 전분이 수입산에 비해 3배 가량 비싼 것으로 확인되며 단가를 맞추지 못해 실패했다.

이후 원주시는 서울 추탕, 남원·순천을 중심으로 한 남도추어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원주추어탕을 향토음식으로 육성하기로 했으나 식당업주들의 호응이 적어 무위로 돌아갔다. 또한 원주쌀토토미, 조엄고구마, 옥수수전분을 원료로 만든 향토주인 '그야말로 원주'도 실패작이었다. 원주시는 호저면 주산리에 위치한 주류회사인 화삼양조에 의뢰해 2010년 '그야말로 원주'를 개발·보급했으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원주시가 밀고있는 대표음식은 뽕잎황태밥과 치악산한우복숭아불고기이다. 지난 2011년 원주시에서 실시한 대표음식 공모에서 채택된 치악산한우, 큰송이버섯, 뽕잎, 원주기밥, 두부 등 5가지 식재료를 조합하거나 응용한 메뉴이다.

원주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부가가치를 높이고, 식당에서 판매 가능한 메뉴로 개발했다. 그러나 2012년 첫 출시 당시 대표음식을 판매하는 시범업소는 8곳이었지만 현재는 7곳으로 줄었다. 올해 시범업소 4곳을 추가할 계획이었지만 신청한 곳은 없었다.

시민들 반응도 신통치 않다. 뽕잎황태밥은 식감을 좋게하기 위해 넣은 황태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 치악산한우복숭아불고기는 180g에 2만5천원 정도 받으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지정된 시범업소 7곳이 장사가 안되거나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문제는 출시 이후 2년 넘도록 시범업소가 단 한 곳도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는 것이다.

식당 영업은 입소문인데, 원주시에서 보증하고, 적극적인 홍보지원에도 불구하고 시범업소가 늘지 않았다는 건 현재 대표음식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그야말로 원주'의 전철을 밟으면서 새로운 대표음식을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현 단계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헤치는 뼈아픈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대표음식이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레시피 조정이나 식재료 재조합을 통해 제대로된 대표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먼저 인정하고 찾아야만 진정한 대표음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