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와 C사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L사가 승리하면서 C사의 상표권은 무효가 되고 C사가 사용하는 상표에 대하여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정확한 법적인 검토 없이 상표권 침해 여지가 있는 상표를 사용해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에서 C사가 책임을 지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C사에 제품을 납품한 업체까지 상표권 침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C사는 상당히 규모가 있는 업체였고 그 회사에 제품을 납품한 업체는 비교적 작은 규모였으므로 자신이 C사에 납품하는 제품들이 상표권 침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법은 법을 몰랐다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결국 수익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례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상표법상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유통하는 행위 및 광고하는 행위를 각각 상표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리를 위의 사안에 대입해 보면, 제조업자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업체(C사)의 행위는 당연히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고 이뿐 아니라 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도 표시행위라는 독자적인 침해행위 때문에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유통업체든 제조업체든 독자적 책임 하에 상표권 침해가 있는지 철저하게 검토해야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동대문과 같은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제품을 판매해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팔고 있는 상품을 구입해서 팔았을 뿐인데 왜 상표권 또는 디자인권 침해책임을 져야 하나요?"라고 업체측은 반문한다. 결론적으로 제조뿐 아니라 이를 판매하는 행위도 상표권이나 디자인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것.

결국 손해배상액에 있어서는 제조판매의 대가 또는 유통에 따른 수익금으로 별도의 책임을 지게 되겠지만 모두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지식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