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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주년 특별기획: 중국 원주촌, 그 후 10년
민간교류 20년 결실…중국서도 주목받는 모범마을
2014년 11월 10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원주투데이는 지난 2005년 창간 10주년 기획취재 '중국 원주촌을 찾아서'를 통해 일제강점기 일제의 선동과 회유, 협박에 의해 만주로 강제 이주된 원주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안고 낯선 타국 땅에 뼈를 묻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올해는 중국에 살고 있는 원주사람들의 이야기가 고향에 소개된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원주투데이는 이미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진 그들이 궁금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만난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들이 집단부락을 이루고 살았던 원주촌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래서 다시 원주촌을 찾았습니다. 중국 길림성 조선족 자치구 연길시와 안도현 일대, 도문 등지에서 아직 생존해 있는 이민 1세대와 그 후손들을 만나 그들의 지난 10년의 삶과 고향 원주에 대한 생각을 들었습니다.

   
▲ 충북대 CBNU 해외봉사단은 매년 여름 20여명의 봉사단을 꾸려 정암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1. 프롤로그-만주로 간 사람들
2. 원주촌, 그리고 청구자
3.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들
4. 민간 교류 20년 '정암촌'
5. 민족혼을 지키는 사람들
6. 좌담회-원주와 중국 원주촌

중국 길림성 도문시 양수진. 이곳에서 다시 자동차로 10여분을 달리면 작은 시골마을인 '정암촌'이 나온다. '정암촌'은 원주촌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만주지역 식민지 정책에 의해 1938년 충북 청원과 보은, 옥천지역 주민들이 강제로 집단 이주하면서 세워진 중국 내 충북인 마을이다.

당시 절반 가량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고 가난한 농민들만 남아 움막을 짓고 정착했다는 게 이 마을 사람들의 설명이다. 원주촌은 해방 이후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정암촌은 지금도 120여 가구가 남아 충청도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며 살고 있다.
 
   
▲임기현 교수
민간에서 시작된 정암촌과 충북의 교류

정암촌의 존재가 충북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청주농악보존회장을 맡고 있던 임동철(67) 전 충북대 총장(당시 충북대 교수)이 중국 연변대와 학술교류를 하던 중 현지 학자들을 통해 정암촌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임 전 총장은 청주를 중심으로 각계 인사들을 모아 '정암회'를 조직하고 정암촌에 장학금과 마을발전기금을 전달하며 인연을 쌓아오고 있다. 이와함께 충북대, 충북의사회, 청주농악보존회 등 지역 민간단체들과 정암촌의 교류도 활발하게 시작됐다.
 
충청북도 고향방문 주선 농업연수 실시

충청북도는 2000년 10월 정암촌 1세대 32명을 초청해 도내 친지들과 고향 상봉을 주선했다. "당시 이들의 상봉은 남북 이산가족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는 게 임 전 총장의 설명이다.

   
▲박성률 노인회장
충청북도는 고향방문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해마다 정암촌 농민을 초청해 도내 농장이나 식품가공업체 등에서 농업연수를 실시했다. 청원군도 2002년부터 격년제로 이주민 2세들에게 선진 영농기술을 전수하는 등 동참했다.

매년 이주 2세대 5명씩을 초청해 이루어진 충청북도의 농업연수는 격년제로 이어지다가 2010년을 전후해서 중단된 상태.

충북도청 관계자는 "정암촌 주민 중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 내 대도시로 나가거나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어 더 이상 연수 대상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조선족 사회를 흔들고 있는 한국바람이 교류지원사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충북대 매년 여름 해외봉사단 파견

충북대와 정암촌의 인연은 임 전 총장의 인솔로 이 대학 국문학과 학생 60여명이 1993년 정암촌을 방문한 것이 그 시작이다. 당시 학생이나 조교 신분으로 정암촌을 다녀 온 이들 중에는 지금도 정암촌을 후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본격적인 교류는 2006년 충북대 CBNU 해외봉사단 발족과 함께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년 20여명으로 구성하는 해외봉사단은 여름방학 기간 보름간의 일정으로 정암촌과 인근 양수촌을 찾아 현지 소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 과학 등을 가르치는 교육봉사활동과 농촌 일손을 돕는 노력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충북대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과 수혜자인 정암촌 주민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봉사 교과목으로 전환하기 위해 하계 계절학기 'CBNU 해외봉사' 강좌를 개설하는 등 해외봉사활동을 정규과목으로 운영중이다.

CBNU 해외봉사단 임기현(48) 단장은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며 "일제강점기 일제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정암촌 주민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아리랑 복원 등 문화교류 활발

임 전 총장은 정암촌을 첫 방문 했을 때 정암촌에서 구전되고 있는 아리랑 가락이 과거 충북 청주지역에서 노동요로 불려지던 청주아리랑이란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본고장인 청주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농요가 충북 출신 중국 동포들에 의해 보존되어 왔음을 확인한 임 전 총장은 이 사실을 지역에 전했고 이후 청주 지역에서는 청주아리랑을 완전하게 복원해내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정암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연극이 무대에 올랐고, 청주민예총이 그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극에 담아 청주아리랑 축제를 열기도 했다.

청주농악보존회는 정암촌에 북과 꽹과리 등 악기를 전달하고 주민들에게 농악과 민요 등을 지도했다. 그 결과 청주농악보존회 회원들과 정암촌 주민들이 연변 조선족 최대 축제 '두만강 문화관광축제'에서 청주아리랑을 함께 합창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청주시도 올해 옛 청주역사를 재현하는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공간을 활용해 청주아리랑을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술서 등 서적 발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1년 중국 조선족 문인인 리혜선 씨가 '두만강의 아리랑'을 출판 했으며, 2006년 당시 충북도청 사무관인 김연준 씨가 정암촌 방문기 '삼족오의 비상'을 출판한 뒤 수익금을 정암촌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춘봉 촌장
고향 지원 성과 중국서도 모범마을

고향의 지원과 교류가 이어지면서 정암촌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1960년대 낡은 초가집은 산뜻한 벽돌집으로 새단장했고, 마을 안길도 말끔하게 포장됐다. 농업연수를 하고 귀국한 주민 중 일부가 현지에 고추장·된장 공장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정암촌의 변화에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춘봉(52) 정암촌 촌장은 "고향 사람들 덕분에 활력이 생기면서 길림성 내에서도 가장 활기차고 잘사는 농촌 마을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중국 정부도 마을 변화상에 주목하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률(63) 정암촌 노인회장도 "마을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외지로 나가있던 젊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며 마을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 고향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동철 교수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
"우리가 품어야 할 사람들"


"조국이 성치 않아 정든 땅을 뒤로 하고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간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조국이 책임을 져야죠. 이 땅에 남아있는 우리들도 조금씩 책임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임동철(67) 전 충북대 총장은 중국 정암촌의 존재를 처음 국내에 알린 인물이다. 연변대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연변대 교수들로부터 충청도 말씨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 후 민간단체인 정암회를 조직해 정암촌을 지원하고 청주아리랑 복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충북대에 CBNU 해외봉사단을 발족시킨 것도 총장 재임시절 그가 한 일이다. 정암촌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귀틀집, 격자문 등 옛 전통 가옥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최근에는 마을 북쪽 외딴 집을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임 전 총장이 이끌고 있는 정암회는 공무원, 교수, 의사, 사업가 등 청주지역에서도 명망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임 전 총장의 인품에 매료된 이들이 그가 하는 일이라면 적극 돕겠다고 나선다는 게 주위 인사들의 설명이다.

정암회는 2001년 출범 이후 정암촌에 장학금과 마을발전기금을 지원하는 한편, 한국에 체류중인 정암촌 주민들과도 정기적인 화합행사를 갖는 등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영동군에서 가진 모임에는 110명이 참석했을 만큼 단단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암촌 주민들은 올 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 2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처음 정암촌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쏟아졌다는 임 전 총장은 "그 때의 감정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암촌이 옛 전통과 문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그 곳 주민들이 충북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그는 "언제까지가 될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들과의 교류는 민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무래도 관이 주도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한 임 전 총장은 "뜻있는 이들이 힘을 모아 작게나마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고, 관에서는 민간영역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관심"이라며 "고향에 남은 사람들이 그들을 가슴으로 품어 안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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