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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섬김의 자리다
2014년 11월 03일 (월) 구자열 강원도의원 wonjutoday@hanmail.net
   

"장수의 의리는 충(忠)이다.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관객수 1천76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영화 '명량'.

그 흥행 비결은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 큰 물줄기를 이뤘겠지만, 이순신 장군이 주요 국면마다 토해낸 리더의 심경이 수백년 후손들의 오감을 자극 했으리라.

특히 온전히 임금의 것이었던 충을 이름 없이 사라져간 민초에게 돌리며,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여전히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빈곤층이나 일부 불만세력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젊은 층이든, 노년 층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돈 많은 사람이든,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대북 관계에 대한 분노, 중앙과 지방의 갈등과 분노, 사측과 노동자, 지역과 지역, 어느 곳 하나 녹록치 않다. 왜일까? 왜 이토록 분노의 목소리만 들릴 뿐 희망의 뉴스는 없는 것일까?

근자에 공자의 논어와 맹자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존 롤스(John Rawls),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 서양 정의라면 논어와 맹자는 동양 정론이 아닌가 싶다. 시공을 초월한 벤치마킹 대상인 이들이 만약 시대를 함께 했더라면 이 어리석음을 어찌 나무랄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춘추전국시대 180년 간격을 두고 태어난 공자와 맹자는 세계관이 맞닿아 있다. 자라온 환경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 영향이었는지 맹자에게 공자는 분명 벤치마킹 대상이었을 것이다. 공자가 인(仁)을 강조하며 인간관계의 올바른 소통을 중시하는 따뜻한 스타일이라면 맹자는 의(義)를 리더십의 덕목으로 삼았다.

경술국치가 올해로 104주년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마지막 장인 1989년 8월 29일 순종실록은 "일본국 황제에게 한국 통치권을 양도하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끝난다. 망국의 사관(史官)은 더 이상 운필(運筆)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 후 36년의 일본 강점과 그 두배에 이르는 남북 분단 기간을 합쳐 비정상의 한반도 역사는 한 세기가 넘게 이어지고 있다.

어둠 속에 꽃을 피워낸 대한민국은 외적으로는 그 어느 때 보다 풍요롭다하지만 이면에는 분노에 찬 어둠이 깊다.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지 못하고,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아득하다. 불신과 갈등, 불통의 합병증은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물질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세상에 정의가 설 곳은 변변치 않다.

꽉 막힌 정국을 보면 대한민국엔 정치가 없는 듯하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정치력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배려와 양보가 없이 독식하려는 그들에게 과연 국민은 보이는지 묻고 싶다. 승자에게 절대적 권력이 부여되는 현 체제를 탓하기에 앞서 분노하고 있는 약자들의 모습에 귀 귀울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상, 희망은 없다.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변해야 한다. 함께 가야 할 공동체라는 인식 속에 의기투합하면 분명 빛나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어 온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다가올 통일시대를 위해 국가적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양보를 하든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눈엔 양보하는 세력이 존경받는 대상일 것이다. 2천500년 전 공자의 인(仁)을 중심으로 배려와 소통을 중시하는 게 상책인 듯싶다. 소통의 리더십과 함께 맹자의 선의후리(先義後利)를 토대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감성적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이 국민들이 부르짖는 분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아우르고 포용한다면 분노의 민심은 분명 성장과 행복의 에너지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리더의 자리는 권력이 아닌 섬김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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