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 최규하 대통령 추도식이 열렸다.

돌아가신 분을 만나다니?

10월 22일 오전 11시. 햇살이 따사로운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원수묘역 왼쪽 자리에 남향으로 홍기 여사와 합장으로 모셔진 대통령 묘역. 봉분과 주변의 잔디는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촉촉했지만, 장식 없이 깔끔하게 둘러쳐진 둘레석과 그 위로 봉분은 그리 크지 않아 절제되고 단아한 느낌을 준다.

기자는 유가족, 종친, 내외귀빈 그리고 공직후배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거 제8주기 추도식 자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거리로 만났다.

봉산동 생가 터 입구에 원주시장이 세운 유허비에 '평생을 올곧고 청빈하게 지내신 분'으로 기록한 것은 아마 평생을 외교관으로 공직생활을 지인 까닭이 아닌가 싶다.

이날 추도식에서 공노명 전 외교부장관은 "각하는 외교공무원 가장 존경받는 세분의 선배 중 한 분"이라며 "늘 강직하고 신중한 처신과 판단으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임명 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언급됐다"고 추도사에서 밝히기도 했다.

당시 무관심했던 기자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최규하 대통령께서 '10.26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국무총리로서 당연히 대통령 유고에 따른 직무대행으로 제10대 대통령의 중책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확인차 대통령기록관의 기록을 살펴보니 1979년 12월 3일 연설문이 '대통령 후보 추천승낙에 즈음한 인사'였고, 사흘 뒤인 12월 6일 '제10대 대통령 당선에 즈음한 인사'란 연설문이 있었다.

당시 법에 따라 대통령 선출을 간선제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되던 때였기에 이러한 사실에 대해 사람들 기억이 '국가원수 피격'이라는 엄청난 사태에 묻혀버렸거나, 너무 짧은 임기(8개월)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대통령 후보 추천을 승낙하면서 "순시라도 헌정이 중단됨이 없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봉사와 헌신을 결심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기자가 연초 대통령기념사업회를 방문했을 당시 대통령 장남인 최윤홍 이사장은 "평소 아버지께서는 어린이들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면서 육영사업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셨다"고 했다.

이날 유족대표 인사말에서는 "추도식이 이제 가족의 품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품으로 넘겨져 열리게 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한 것처럼, 지역출신 대통령을 기리고 선양하는 사업이 이제 가족에게서 지역 단위의 고민과 과제로 던져졌다. 기자는 '평생 정당에 가입 없이 직업공무원의 길을 걸어 대통령이 된 최초의 국가원수'를 만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