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철 전 부시장(사진 오른쪽)이 프랑스 도흐문에서 만난 신혼부부. 신혼부부는 최 씨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와 숙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최광철(60) 전 원주시 부시장이 퇴직한 후 아내와 함께 90일간 유럽 5개국을 자전거로 횡단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퇴임한 뒤 7월 16일 출국해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영국을 횡단하고 지난 15일 귀국했다. 하루평균 50㎞씩 모두 3천500㎞를 자전거로 여행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최 씨는 3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아내 안춘희(57) 여사와 함께 수차례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하며 체력을 키웠고, 틈틈이 영어회화를 공부했다. 그래도 낯 설고 물 설은 곳으로 장기여행을 떠나자니 가슴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생필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2인용 텐트와 침낭, 옷, 가재도구 등을 가방에 넣으니 짐보따리가 12개나 됐다. 자전거 2대에 보따리 6개씩을 매달고 하루 50㎞씩 강행군을 했다. 다음날 어떤 일정이 펼쳐질 지 미지수였기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히 쉬기가 어려웠다.

3일간 달린 뒤 4일째는 반드시 쉬기로 계획했지만 실제 쉰 날은 별로 없었다. 여행 중 절반은 호텔에서, 나머지 절반은 캠핑장에서 잠을 잤다.

위기는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찾아왔다.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속은 부글부글 끓었고, 체력도 급격히 떨어져 포기하고 싶었다.

여기서 포기한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아내를 생각하며 힘을 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당시 아내도 위기가 찾아왔지만 남편을 생각해 참았다고 한다. 출국할 때 라면스프 30개를 가져갔는데, 얼큰한 라면국물이 큰 위안이 됐다.

3개월간 떠돌다보니 애피소드도 많았다. 자전거가 말썽을 일으켰을 땐 정신이 아득했다. 천만다행으로 근처에 수리점이 있어서 고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단다.

수리비로 우리돈 1만5천원 정도가 나왔지만 15만원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프랑스 도흐문에서는 천사같은 신혼부부를 만났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마땅한 숙소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찰나에 신혼부부가 다가와 자기 집에 머물도록 해준 것.

이날 신혼부부는 그들의 침실을 내주고 거실에서 잤다고 한다. 또 집 앞뜰에 텐트를 치도록 허락한 할머니와 앞마당 과일을 아낌없이 내준 중년부인 등 잊지못할 친절에 여행 내내 행복했다.

평생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매일 만나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사진과 기록으로 남겼다. 매일 새벽5시부터 2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개인 블로그에 자신만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

도나우강, 라인강 등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의아했던 건 자전거도로 이탈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현지인들의 안전의식이 몸에 뱄기 때문이란 걸 알고나서는 무척 부러웠다.

최 씨는 이번 여행을 앞으로 맞닦뜨릴 수많은 도전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원주부시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리어카 채소장사를 하며 9급 지방공무원에 합격했고, 신혼 초 7급 공채에 합격했다.

중·고교 졸업장은 검정고시로 취득했으며, 50세에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집요한 도전으로 점철된 삶이었기에 이번 여행도 그 연장선상일 뿐이다. 그래선지 벌써부터 다음 도전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