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풍에 떨어져 안전망에 위태롭게 걸린 쇠파이프를 소방대원들이 철거하고 있다.

"정말 큰 사고가 나고 사람이 다쳐야 정신을 차릴 겁니다." 우산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크게 격앙돼 있었다.

원주기상대 관측 초속 14.1m의 강풍이 휘몰아친 지난 13일 우산동 구 시외버스터미널 옆 D주상복합아파트 외벽에서 길이 5m 가량의 쇠파이프가 떨어져 지상 4층 높이에 설치된 안전망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 이날 새벽에는 건물에서 날아 온 잔해물에 인근 모텔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안전망에 위태롭게 걸린 쇠파이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철거됐지만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자칫 쇠파이프가 지상으로 추락했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원주시가 안전도시라는 것을 믿을 시민이 있겠느냐"면서 "축제에는 10억원씩 쏟아부으면서 주민안전과 환경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텔 주인 B 씨도 "그동안 수차례 원주시에 민원을 냈지만 늘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유리창 파손 등 피해보상은 어디서 받느냐"고 하소연했다.

문제가 된 주상복합아파트는 M건설이 지난 2007년 지하 5층, 지상 23층 규모로 착공했다가 2009년 건설 자재값 급등과 시공사의 부도로 공사가 수년째 중단된 상태. 하지만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을뿐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외벽에 설치한 파이프 등 거푸집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도심 속 흉물로 자리잡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안전사고 위험을 호소하고 있지만 원주시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황기섭 시의원은 "하루 하루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그동안 수차례 원주시에 문제 해결을 건의했지만 예산부족과 사유시설 등을 이유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우산동 주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대해 원주시는 해당 건축물이 사유재산이고 복잡한 채무관계에 얽혀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사유재산이기에 건축주에게 철거 등 안전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5월 시행된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특별조치법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