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시장 뒤 해동아파트 상가에 자리잡은 카페 이상한 나라.

어른들이 지불한 찻값으로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차와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남부시장 뒤 해동아파트 상가에 자리잡은 '원주공간 삼무곡-카페 이상한 나라(이하 이상한 나라)'이다.

이상한 나라는 삼척에 근간을 둔 대안학교인 삼무곡 자연예술학교(교장: 김종률)의 교육철학을 담은 공간이다. '소유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으며, 판단하지 않는다'는 삼무(三無)의 지혜를 배운다는 뜻을 가진 이 학교는 특정 종교와 상관이 없으며, 입시 위주의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 속에서 문화와 예술 등의 분야를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자유롭게 구현해낼 수 있는 학교다.

전교생 25명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 가수, 출판사 대표 등 여러 문화·예술 분야에서 역량을 표출하고 있다.

삼무곡 학교의 이러한 교육방식은 세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삼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문화와 대안적 삶을 제시하기 위해 제2의 공간들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삼무곡 자연예술학교는 원주 이상한 나라에 앞서 2년 전에 서울 대학로, 1년 전 파주 헤이리에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는 대안문화공간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말 문을 연 원주의 이상한 나라는 이색적인 방법으로 운영된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에게는 찻값을 받지 않는다. 대신 운영기금은 카페를 방문한 어른들이 지불한 찻값을 모아 마련한다.

가격표를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많든 적든 낼 수 있는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모여진 기금은 순수하게 청소년들을 위해 사용한다. 후원자가 늘고 카페를 찾는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차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공간 구성도 눈에 띈다. 1천여권의 도서를 비치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차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빔프로젝터, 스크린, 엠프 등의 장비도 갖추고 있어 작은 공연과 전시회 각종 모임 등이 가능하다. 청소년들이 이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 적극 지원하는 것이 이상한 나라의 주된 목표이다.

이상한 나라는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에 의해 마련됐다. 삼무곡 학교의 교육 방식을 눈여겨 본 김종운 경희한의원 원장이 자신의 상가를 무상으로 임대해줬고, 고진하 한살림교회 목사도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카페지기인 강미희 삼무곡 학교 교사는 "원주에 이처럼 뜻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카페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신 두 분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카페에는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찻값이 '공짜'라는 것을 신기해하며 꾸준히 방문하고 있으며,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 교사는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문화를 흉내 내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며 "여러 지역주민들이 애정을 가져주시면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비상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한 나라는 오는 25일 오후3시 정식 개점식을 열고 방문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점을 하는데 이날은 누구나 세미나, 강좌, 전시회, 독서모임 등 각종 행사와 모임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 대관료는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지불하면 된다.

▷문의: 010-3272-5349(강미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