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넝쿨째 들어왔다' 단계동 전기공사 업체 지산의 권연정(42) 부장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이다. 권 부장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제5회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전기, 소방설비 분야에서 8개의 전문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전기공사 전문업체에서 소방설비 전문업체로 확장하는데 도움을 줬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재 중에 인재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팔방미인인 것이다.

인적자원개발에서 전국 최고상을 받아 권 부장의 이력이 특이할 것 같지만 사실은 지극히 평범하다. 대학에서 미용학을 전공했고 1997년 결혼 이후 남편을 따라 원주로 이사와 편의점에 일하며 가계를 꾸려나갔다.

낮에는 일과 보육에 힘썼고 밤에는 가사 일에 매달렸다. 대학졸업 후 유통회사에 근무했던 경험은 전기·소방공사 업체와는 무관해 경력단절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답습했다.

권 부장이 전기공사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이 2003년 개운동에 전기공사 업체를 차리자 권 씨가 사업에 보탬이 되려고 일을 시작했다. 소규모 신생업체였기 때문에 인력채용이 어려워 남편은 홀로 동분서주했고 간단한 서류 작업만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권 부장은 "잠깐씩 들르던 사무실에서 청소도 하고 전화 받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무실 한켠에 내 책상이 생겼다"며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에게 전기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는 그야말로 제3의 언어였다"고 말했다.

권 부장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경제적인 절박함도 있었다. 당시 남편 회사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개인건물 공사밖에 할 수 없었고 어렵사리 따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시댁 어른도 어려운 처지라 돈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했다.

권 부장은 "사무실 쪽방에서 기거하며 사무실 일을 도와주었는데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남편 사업이 원래는 전기공사뿐만 아니라 소방이나 통신공사도 할 수 있지만 신규업체가 입찰을 보려면 관련 자격이 필수여서 전문자격 취득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연히 직장 동료가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자격증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야간 과정에 등록했다. 업무와 보육 때문에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현장 기술이 부족해 회사에서 별 도움이 안됐던 그녀에게 실무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천우신조의 기회였다.

남자만 가득한 강의실에서 수줍음이 많은 권 부장은 처음에 질문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3개월 만에 전기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사실상 처음하는 사회생활에서 이룬 첫 업적이었다"고 밝힌 권 부장은 "자격증을 취득한 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어졌고 자신감도 부쩍 생겨 소방설비 기사까지 3개 분야 8개 전문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이 때문에 사업영역도 확장됐고 사업초기 빚도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출이 상승하자 회사를 개운동에서 단계동으로 옮기고 권 부장도 사무실 막내에서 6년만에 총무부장으로 승진했다. 남편도 권 부장을 볼 때마다 "보너스 두둑이 챙겨줄게"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녀는 아직도 엑셀작업을 비롯한 컴퓨터 솜씨가 서투르지만 그 때마다 국가 보조교육 과정을 찾아보며 기술을 습득한다고 한다.

권 부장은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회사 식구들이 정년 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사업수완이 더 생기면 내 이름으로 된 회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