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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취재: 양극화문제와 일자리 창출방안
②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해피브릿지 협동조합
2014년 09월 22일 (월)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 해피브릿지 더파이브 직원들. 직원으로 일하며 운영 노하우를 배워 창업 실패율이 낮고 3년후 저비용으로 점포를 인수할 수 있다.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는 고도성장의 이면에 늘 존재해왔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이로인한 사회갈등 정도도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 이를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우리 사회 양극화 수준을 알아보고 국내와 독일, 영국 등 양극화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사례를 찾아 그 해법을 취재해 봤다.

글 싣는 차례
1. 사회적경제, 양극화 대안으로 부상
2.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해피브릿지 협동조합
3. 국민TV,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시장개혁
4. 축산업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독일 슈베비슈 할 협동조합
5. 양극화, 지역사회 스스로 해결한다 - 영국 로컬리티

해피브릿지 "더파이브" 혁신적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2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에 견줘 월등히 높은 편이다. 이중 상당수가 외식업에 포진되어 있는데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지난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년새 골목식당 점주의 3명중 1명이 치열한 과열경쟁으로 폐업을 고려했다고 한다.

또한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외식업 점주의 한 달 평균소득은 141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수익사정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막대한 은퇴자금을 투여해 외식산업에 발을 들여놓지만 수익은 늘지 않고 사업운영비나 가계지출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게 외식업자들의 전언이다.

업계관계자는 1년이 안 돼 식당을 접고 차상위 계층으로 전락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외식업 전문업체 해피브릿지는 이러한 문제를 협동조합 식당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협동조합 식당이 협동조합 본부와 비즈니스 계약을 맺고 그 비즈니스 모델은 프랜차이즈로 운영된다.

가령 서울에 100㎡의 점포 하나를 낼 때 4억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보통 개인이 4억원을 투자하려면 은퇴자금에 은행대출, 친인척 융자 등을 모두 긁어모아야 하지만 해피브릿지는 초기 사업자금을 4~5명의 예비창업자들에게 빌려준다.

이들은 해피브릿지의 예비조합원이 되고 회사가 내어준 점포 '더파이브'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경영노하우를 배운다. 단 일정의 훈련기간을 마친 후 협동조합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처음부터 해야 하지만 말이다.

매장을 오픈하는데 필요한 4억원의 창업비용 중 절반가량이 인테리어 비용에 소요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 되는데 이는 향후 예비조합원들이 매장을 인수하게 되는 비용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감가상각이 절반가량 이루어졌고 5명의 예비조합원이 매장을 인수하게 된다면 단순히 생각해 4천만원만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보통의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수익을 본부로 귀속시키는데 반해 '더파이브'에선 모든 회계자료를 공개하고 순수익금은 해당 점포에 모아둔다. 이 돈이 초기 시설 투자비만큼 쌓이면 예비조합원들은 임차료와 권리금만 내고 점포를 인수하게 된다.

이 비용은 일반적인 인수 비용의 30% 정도이며, 해피브릿지는 그 기간을 3년으로 잡고 있다. 인수 후 협동조합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면 하나의 독립된 조합식당이 탄생한다.

올해 3월에 오픈한 더파이브 서울 명일점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해피브릿지가 초기 투자비 3억원을 지원했고 해피브릿지의 예비조합원들은 직원으로 일하며 3년후 흑자상태가 지속되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협동조합 창업을 약속했다.

은퇴자금으로 곧바로 식당을 차리는 대부분 세태와는 달리 더파이브 명일점은 직원으로 일하며 가게운영 노하우를 익히고 해피브릿지는 이들이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도록 물심양면 지원한다.

자본금 형성도 1인이 무리해서 출자하는 것보다 3인이 하니 덜 부담스럽고 창업과 동시에 고용이 일어나는 구조라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실패하면 회사와 직원 모두 큰 낭패를 보게 되는 돼 회사와 직원 모두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국수나무, 화평동왕냉면, 미야오 등 7개 브랜드 전국 400여개의 음식체인점을 가진 외식업체로 성장했고 향후에는 협동조합을 연계해 이들과 협력하는 협동조합연합회 설립도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이 것이 성공한다면 어느 한 지역은 지역식당 협동조합 존으로 탈바꿈하게 돼 기존 외식업체들과 견주어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방식도 눈에 띄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해피브릿지가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국내 최초의 기업이라는 점이다. 2013년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직전까지 해피브릿지는 연 매출 330억원, 잉여이익금 30여억원에 이르는 건실한 중소기업이었다.

2013년 2월 기존주주들은 주식의 1/3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조직의 조합원 직원들과 나누자고 선언했다. 창립멤버를 비롯한 주주들은 지분을 내놓고 조합원이 되는데 흔쾌히 동의했고 직원들도 1인당 1천만원의 출자금을 내면서 조합에 참여했다. 15명의 주주가 주인이었던 해피브릿지는 67명의 근속직원이 주인이 되는 회사가 되었다.
 
 

건실한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주식회사의 운영권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이사회의 방침에 따라 대표이사가 되기도 하고 이를 감시하는 감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개인 또는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즉 주식의 주식회사에선 권력인 셈이다.

해피브릿지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아주 특이한(?!) 회사이다. 보통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기업이 어렵거나 오너가 은퇴하면서 직원에게 운영권을 분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고 외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협동조합의 대가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해피브릿지 소식을 듣고 '기적같은 일'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해피브릿지는 망해가는 회사도 아니었고 오너가 은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직전 이 회사의 연 매출액은 330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수치만 보면 탄탄한 중소기업임에 틀림이 없었다. 오너가 회사 소유권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배경에는 태생부터 내려온 협동조합 정신 때문이다. 시작은 1997년도였다.

가톨릭청년운동을 하던 3명이 뜻을 모아 쌀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기업을 꾸린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이익이 남으면 사회운동단체에 기부하곤 했다.

해피브릿지 송인창 이사장은 "인적결합 형태의 유한회사처럼 선후배들이 만나서 생계를 해결하고 돈을 벌어서 사회에 기여도 하고 착한기업을 운영하자 했는데 돈이 없었기 때문에 미션을 중심으로 모이고 돈은 차차 벌기로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보통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가장 먼저 계산기부터 두들기기 바쁘고 은행에 대출하기 바쁜데 이들은 생각부터 달랐다.

이보다 사람 냄새나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기에 "꼭 자본이 있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부터 했다고 한다. 첫날 가게 매출액이 3천400원이었는데 이들은 이 돈을 비용처리 하는 것이 아니라 종자돈을 만들기 위한 유보금으로 적립했다고 했다.

기술이 있는 사람을 영입하고, 설비를 가진 사람을 영입하고, 회사 운영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키웠다는 해피브릿지. 경영환경이 열악한 외식산업계에서 돈이 아닌 사람으로 승부를 보고, 이를 통해 근사한 기업이 돼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그래서 좋은 일자리도 창출하는 기업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었으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굴곡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주위를 돌아보면 자신처럼 힘든 업체들이 여럿 있었고 이들과 같이 협력관계를 맺으며 외식업계에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수익이 아니라 미션으로 협동조합 전환

청년들의 의기투합에서 시작한 가게가 어느새 커져 2005년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초기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구성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직원 중심의 기업으로 출발했다. 어려움이 닥칠 때도 많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해피브릿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이 있었고 그들과 협력하고 연대해 기업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해피브릿지는 사회적기업으로 회사 전환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수익까지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대안을 찾던 중 송 이사장이 이탈리아 볼로냐에 연수를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배우게 됐다. 그는 "볼로냐에 가보니 직원 1천명을 거느린 협동조합이 있다는 것을 접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분배하는 협동조합 전환을 제안하자 직원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후 협동조합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고 직원들과 같이 이탈리아 연수를 떠나 협동조합을 함께 체험했다.

주식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15명 주주들과 직원들이 송 이사장의 협동조합 전환 제안에 의문 부호를 가졌지만 사람냄새 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 정신이 협동조합과 맞닿아 있어 한 사람의 반대 없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게 됐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지분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기에 아쉬울 법도 하지만 회사의 가치지향 미션이 우선이라는 점을 공감했고 이 공감대는 향후 해피브릿지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고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게 된다.

현재 해피브릿지는 직원 모두가 사주인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으로 참여하고 있고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중소상공인들을 결합해 대기업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포부도 갖고 있다. 협동조합이 탄생 된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쯤 되면 협동조합으로서 가히 성공적인 롤모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송인창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이사장
"협동조합 선입견 깨는 것 중요"
인터뷰: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송인창 이사장

협동조합 전환할 때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협동조합 선입견이었습니다. 영세하다. 느리다. 아마추어가 한다. 무임승차, 즉 조합원들이 일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본 NGO단체 중 제일 큰 단체가 민주노총 이런 곳인데 거기도 경향신문 건물에 세 들어 있잖아요.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에 레가코프 연합회라고 있어요.

볼로냐 지역에 있는 협동조합이 소속된 2차협동조합인데 저는 지역본부 사무실에 갔지요. 전국연합회가 아니라 지역본부이니까 20~30층 빌딩에 한두 층정도 빌려 쓸 것 같았는데 지역본부가 30층짜리 빌딩의 주인이었다는 게 저는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협동조합은 영세하고 없는 사람들이 부조하는 것이고, 돈 버는 것이 아니고 좋은 일 하는 사업이라는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 가서 천명짜리 기업을 보고, 협동조합이 수십층 짜리 건물주라는 것을 안 순간 협동조합이 부유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제 볼로냐는 지역총생산(GRDP) 중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넘을 겁니다. 지역경제의 30~40%를 협동조합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 영세하다? 겸손하다?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문제는 해결이 됐지요.

그 다음에 남는 문제가 두 가지였어요. 의사결정 문제와 프리라이딩(무임승차) 문제가 남더라고요. 분명 여러 명이 결정하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지요. 절대왕정시대의 군주나 기업총수가 결정하면, 바꿔서 일찍 결정하면 자기 맘대로 결정하면 되는데 절차를 거쳐야 되면 느리게 되니까요.

그러나 의사결정이 느린 것이랑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같은 이야기일까요. 사람들이 의사결정이 느린 것을 왜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진다고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가 천억원짜리 의사결정을 하는데 '빨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목표이냐'와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목표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또한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느냐?' 아니면 '여러 사람이 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물음에 답도 없는 거잖아요. 협동조합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답이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 무임승차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회사도 게으름 피우는 사람 많습니다. 협동조합에서는 "정말 나는 열심히 한다. 근데 저 사람은 안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무슨 이야길 하느냐? 내가 열심히 일하는데…"

10명이면 10명 다 그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협동조합은 사람들이 뭉쳐 만든 기업이니 오너가 착하면 안 자르지요. 주식회사도 법을 지키면서 해고해야 되잖아요. 큰 차이가 없다고 보이는데… 전 그저 객관성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일반화된 가치나 생각들이 뒤집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합원들이 처음에는 협동조합으로 하면 사업 망할 까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요즘은 그런 분은 뵙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작년 7번했는데, 처음에는 엉성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회의 이사결정이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큽니다.

물론 좀 느리니까 불편하지요. 옛날에는 저 혼자만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회의를 진행하고 집단적인 의사를 모을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만 해결되면 의사결정의 퀄리티는 제가 주식회사를 운영할 때와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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