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정도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쓴 김려령 작가와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달 30일 원주교육문화원 대강당에는 김려령 작가를 만나기 위해 초등학생에서부터 선정도서를 읽고 감명을 받은 다양한 층의 원주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지역 곳곳에서 시민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시간 이었지만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행사장을 뒤로하고 잔잔한 감동의 자리를 선택한 시민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간략한 기념식과 축하공연 후 김려령 작가를 중심으로 권순형 도서선정위원장 등 여섯 명의 패널이 둘러앉아 김상희 그림책작가의 진행으로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김 작가는 이 자리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진지하면서 솔직한 답변으로 감동을 줬다.

'건널목 씨'는 실존인물?

글 속에 등장하는 '건널목 씨'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내 말을 들어주고 힘이 돼 준 아주머니가 있었다"며 "우리 주위에는 건널목 씨와 완벽하게 일치되진 않더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 "건널목 씨와 같이 누군가에게 묵묵히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을 이었다.

'요즘 아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이 많지만 그 시기를 살아 온 어른으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김 작가는 "적어도 작가는 그들의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들이 자꾸 내게로 다가와 끊임없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난다"고 말했다. '아이의 얘기를 들어 준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쓴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서른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들을 키우며 대학에 입학했고, 작가의 길을 선택하는 데는 분명히 용기가 필요했다"며 "내 꿈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착실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면 언젠가는 아이들도 그 가치를 알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엄마가 행복하면 그 에너지가 힘든 것을 넘어선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꿈'과 '안정'을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꿈이 있다는 것은 갈 곳이 있다는 의미이며, 시기를 정해 놓고 도달하지 못하면 마치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한 발짝씩 가다보면 어느 샌가 그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줬다.

"하지만 대책 없이 맹목적으로 꿈만 쫓으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꿈도 안정도 모두 놓칠 수도 있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손엔 '안정'이라는 끈을 잡고, 발걸음은 꿈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가 글을 통해 자신의 아픈 과거를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면서 치유하는 대목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패널의 말에 김 작가는 "글을 쓸 때 염두 해 두는 건 애써서 꾸미지 않는 것"이라며 "내 이야기라 부끄럽지만 글 쓰는 사람이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처음엔 어린이용 그림책으로만 출판 됐었다. 그림책을 본 사람이 어른용을 요청했기 때문에 두 가지 버전으로 출판하게 된 것이다. 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놀라운 경험을 했다"며 "그림책을 본 어린이나 동화를 읽은 어른들이 감동받은 대목이 90% 일치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바라는 지점이 같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기억을 가져온 아이'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쓴 김려령 작가의 동화이다. '건널목 씨'라는 인물을 통해 평행선으로 뻗어 있는 길을 연결해 주는 횡단보도처럼 사람 마음의 길과 길에 '건널목'이라는 다리는 놓아 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김 작가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크고 작은 개울이 많았습니다. 징검다리에서 장난치다 물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좋았습니다. 돌과 돌 사이가 멀어 머뭇거릴 때 손 내밀어 줄 친구가 있었잖아요. "조심하면 괜찮아, 잘 살피고 건너면 돼" 제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라면서 개울은 사라지고 도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징검다리대신 건널목이 놓였지요. 저는 벌써 어른이 되어 건널목 앞에 서 있습니다. 조심하면 괜찮다고, 잘 살피고 건너면 된다고, 이제 제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어른이고 싶습니다.'라고 고백했다.